[2016.01.08 부산일보 - 푸디토리움의 음반가게] 169. 켄드릭 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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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날짜
- 2016-01-22 10:5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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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 연말부터 새해 초반까지 이어지는 시기에 떠오르는 것 중 하나가 불우이웃돕기입니다. 저의 초·중·고 시절에는 연말이 되면 교실에 모금함을 마련하고 불우이웃돕기 성금을 거두었습니다. 그런 시절을 보내서인지 아직도 저에게 연말이나 연초는 '불우이웃을 돕는다'는 문장이 무슨 옛 교과서처럼 떠오르기도 합니다.
그런데 사실 조금 갸우뚱해지기도 하는데요. 왜냐하면, 어린 학창시절에 매년 돼지 저금통을 깨서 성금을 내기는 했지만, 내가 어떤 불우이웃을 위해 구체적으로 무엇을 도왔는지에 대한 기억은 단 하나도 없기 때문입니다. 단지 어려운 이웃을 위해 내가 돈을 낸다는 사실만 기억하고 있습니다. 저의 어린 시절 기억력이 나빠서 그런 것일까요?
이웃을 돕는다는 것은 물론 중요한 공동체의 의무이자 미덕입니다. 그런데 어른이 되면서 드는 생각은 불우이웃이나 어려운 이웃이란 개념이 저에게 단지 경제적으로 가진 사람과 못 가진 사람으로만 학습되어 있었던 것은 아니었나 하는 의문입니다.
분명 사회와 공동체에는 분위기(mood)라는 것이 존재합니다. 사실 이것은 우리가 얼마나 행복하고 희망적인 삶을 살고 있는가 하는 심정적 지수와도 직결됩니다. 이러한 분위기를 좌우하는 요소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요. 그런데 세월이 갈수록 소외된 사람들에게 같이 갈 수 있도록 손을 내미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생각이 드네요. 그것이 교과서에서 배운 '타인을 위한 선한 사마리아인이 되자'는 식이 아니라 정말 평범한 우리 각자 자신을 위해서요.
삶의 질적인 향상은 공동체와 사회가 함께해야 하고, 그 공동체의 경계 지표는 이러한 소외의 경계선을 가장 적나라하게 보여주기 때문이죠.
그래서 거대한 정책적인 이슈보다 더 주목해야 하는 건 바로 나와 다른 삶에 대한 관심이 아닌가 해요. 얼마나 가졌나 못 가졌나를 따지기 전에 말이지요. 선천적 장애를 가지고 태어난 아기들, 아이를 양육하면서 직장을 다녀야 하는 주부들, 노화로 인해 심신이 다해가는 우리의 부모님들, 일반적인 교육을 받는 데 어려움을 가진 학생들, 성적 소수자 등…. 우리와 다른 사람을 삶고 때로는 그것이 선택의 문제라고 치부되기도 하지만, 어쩌면 우리 각자의 다양한 모습일지도 모르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한 관심부터 시작해야 하지 않을까요.
래퍼이자 송라이터인 켄드릭 라마(Kendrick Lamar Duckworth)의 음악은 지난 한 해 세계적으로 가장 주목받는 힙합임에 틀림없습니다. 유려한 그의 음악은 힙합 음악을 좋아하지 않았던 사람들까지 좋아하게 할 만큼 아주 빼어난 작품성을 보여줍니다. 또 무엇보다 가사와 멜로디가 가장 잘 조화된 이상적인 앨범으로 손꼽힙니다.
그의 다소 거칠고 철학적인 가사와 음악은 우리의 현실과 일치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적어도 그의 음악으로 인해 우리와 다른 삶을 사는 누군가의 삶을 심정적으로 함께 느끼고 관심을 두는 것도 사실이지요. 나와 다른 삶에 대한 관심과 이해는 어쩌면 음악과 그 노랫말이 줄 수 있는 가장 큰 영향력인지도 모릅니다. www.pudditorium.com 뮤지션 김정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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