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3.24 부산일보 - 푸디토리움의 음반가게] 180. 알란 파스쿠아
-
- 날짜
- 2016-04-05 17:55:51
-
- 조회수
- 1304
-
- 추천수
- 0
[출처]http://news20.busan.com/controller/newsController.jsp?newsId=20160325000018
잊지 못할 멜로디, 미국 서부 수놓은 여행의 그림자
▲ 알란 파스쿠아의 앨범 'My New Old Friend'. 김정범 제공
버클리 음대를 졸업하고 뉴욕대 석사과정을 진학했지만 애초에 우선순위를 두었던 곳은 뉴욕대가 아니었습니다. 사실 미국 캘리포니아에 있는 칼아츠(Calarts)로의 진학을 염두에 두고 있었습니다. 동부에 오래 머무르고 있던지라 서부를 경험하고 싶었던 탓도 있었고요. 영화감독 팀 버튼이 다녔던 학교로도 명성도 있었지만, 진취적인 예술가들을 도모하는 이 학교의 창조적인 커리큘럼이 무척 마음에 들었거든요.
다행히 운이 좋게도 저는 뉴욕대와 칼아츠 두 학교 모두의 입학허가를 받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각 학교의 서로 다른 매력 탓에 두 갈림길을 놓고 꽤 고민이 되더군요. 잠을 설치면서 계속 답을 찾지 못하던 어느 날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캘리포니아로 여행을 가야겠어.'라고요. 로스앤젤레스를 가본 적은 이미 몇 번 있었지만 왜 저에게 그때의 그 여정이 유독 더 여행으로 다가왔던 것인지는 지금도 사실 잘 모르겠습니다.
저는 바로 다음 날 비행기를 예약하고 모든 일을 중단한 채 보스턴에서 로스앤젤레스로 떠났습니다. 그리고 꽤 긴 시간을 칼아츠 주변에 머무르며 학교를 관찰하고 나름 체험하며 캘리포니아를 여행했습니다.
그 시간은 글과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저에게 많은 감흥을 주었던 것으로 지금까지 기억에 남아있습니다. 여행하며 앞으로의 음악 방향에 대해 저는 다른 결심을 하게 되었고, 결국 뉴욕행을 결정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 기억을 가장 많이 차지하고 있는 것이 그곳의 풍경이나 도시의 모습이 아니라 한 음악입니다. 바로 알란 파스쿠아(Alan Pasqua)의 '하이웨이14(Highway 14)'인데요.
이 곡은 당시 캘리포니아 여행을 하면서 내내 들었던 음악입니다. 그리고 후에 누군가가 '그때 여행은 그래서 어땠어?'라고 저에게 묻는다면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그 시간대신 이 곡을 들려주는 게 더 이해가 쉬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알란 파스쿠아는 1952년 미국 뉴저지 출신의 재즈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입니다. 밥 딜런과 쉐어, 마이클 부블레의 사이드맨과 영화음악 등 다른 분야의 음악들 역시 꽤 많은 활동을 해 왔습니다.
서던캘리포니아대학의 교수로 후학을 양성하며 교육자로서의 행보도 꽤 하고 있고요. 이 곡은 2006년 발매된 그의 앨범 'My New Old Friend'에 수록되어 있습니다. 피아노와 베이스 드럼 3개의 악기 구성으로 피아노 트리오의 전형을 들려주는 이 앨범은 무척이나 고즈넉하고 사색적입니다.
이런 기억을 떠올릴 때마다 어쩌면 히트곡이란 많은 판매를 기록하고 반드시 가사가 있어야 하는 가요나 팝의 형태가 아닐 수도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어요.
형식이나 장르가 덜 대중적이라 하더라도 음악가가 추구하는 표현 형태 안에서 많은 사람의 기억에서 그리고 삶 속에서 잊히지 않는 멜로디를 만들었다면 그것 또한 히트곡이지 않을까요. 비록 조금 덜 팔리고 조금 더 적은 사람이 알 뿐이겠지요.
pudditorium.com 김정범 뮤지션
[푸디토리움의 음반가게]
180. 알란 파스쿠아▲ 알란 파스쿠아의 앨범 'My New Old Friend'. 김정범 제공
버클리 음대를 졸업하고 뉴욕대 석사과정을 진학했지만 애초에 우선순위를 두었던 곳은 뉴욕대가 아니었습니다. 사실 미국 캘리포니아에 있는 칼아츠(Calarts)로의 진학을 염두에 두고 있었습니다. 동부에 오래 머무르고 있던지라 서부를 경험하고 싶었던 탓도 있었고요. 영화감독 팀 버튼이 다녔던 학교로도 명성도 있었지만, 진취적인 예술가들을 도모하는 이 학교의 창조적인 커리큘럼이 무척 마음에 들었거든요.
다행히 운이 좋게도 저는 뉴욕대와 칼아츠 두 학교 모두의 입학허가를 받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각 학교의 서로 다른 매력 탓에 두 갈림길을 놓고 꽤 고민이 되더군요. 잠을 설치면서 계속 답을 찾지 못하던 어느 날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캘리포니아로 여행을 가야겠어.'라고요. 로스앤젤레스를 가본 적은 이미 몇 번 있었지만 왜 저에게 그때의 그 여정이 유독 더 여행으로 다가왔던 것인지는 지금도 사실 잘 모르겠습니다.
저는 바로 다음 날 비행기를 예약하고 모든 일을 중단한 채 보스턴에서 로스앤젤레스로 떠났습니다. 그리고 꽤 긴 시간을 칼아츠 주변에 머무르며 학교를 관찰하고 나름 체험하며 캘리포니아를 여행했습니다.
그 시간은 글과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저에게 많은 감흥을 주었던 것으로 지금까지 기억에 남아있습니다. 여행하며 앞으로의 음악 방향에 대해 저는 다른 결심을 하게 되었고, 결국 뉴욕행을 결정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 기억을 가장 많이 차지하고 있는 것이 그곳의 풍경이나 도시의 모습이 아니라 한 음악입니다. 바로 알란 파스쿠아(Alan Pasqua)의 '하이웨이14(Highway 14)'인데요.
이 곡은 당시 캘리포니아 여행을 하면서 내내 들었던 음악입니다. 그리고 후에 누군가가 '그때 여행은 그래서 어땠어?'라고 저에게 묻는다면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그 시간대신 이 곡을 들려주는 게 더 이해가 쉬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알란 파스쿠아는 1952년 미국 뉴저지 출신의 재즈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입니다. 밥 딜런과 쉐어, 마이클 부블레의 사이드맨과 영화음악 등 다른 분야의 음악들 역시 꽤 많은 활동을 해 왔습니다.
서던캘리포니아대학의 교수로 후학을 양성하며 교육자로서의 행보도 꽤 하고 있고요. 이 곡은 2006년 발매된 그의 앨범 'My New Old Friend'에 수록되어 있습니다. 피아노와 베이스 드럼 3개의 악기 구성으로 피아노 트리오의 전형을 들려주는 이 앨범은 무척이나 고즈넉하고 사색적입니다.
이런 기억을 떠올릴 때마다 어쩌면 히트곡이란 많은 판매를 기록하고 반드시 가사가 있어야 하는 가요나 팝의 형태가 아닐 수도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어요.
형식이나 장르가 덜 대중적이라 하더라도 음악가가 추구하는 표현 형태 안에서 많은 사람의 기억에서 그리고 삶 속에서 잊히지 않는 멜로디를 만들었다면 그것 또한 히트곡이지 않을까요. 비록 조금 덜 팔리고 조금 더 적은 사람이 알 뿐이겠지요.
pudditorium.com 김정범 뮤지션
STOMP NEWSLETTER
스톰프뮤직의 아티스트 소식과 특별한 혜택이 있는
공연과 소식을 먼저 받아보실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