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4.21 부산일보 - 푸디토리움의 음반가게] 184. The 1975

  • 날짜
    2016-04-22 15:2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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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http://news20.busan.com/controller/newsController.jsp?newsId=20160422000007




[푸디토리움의 음반가게] 184. The 1975

감성을 자극하는 강렬하고 화려한 단맛의 짜릿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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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종종 훈훈하다는 말을 쓸 때가 있습니다. 정작 저는 이 '훈훈하다'는 말을 사용하는 경우가 없습니다. 아직 저에게는 의미는 알아도 쓰기에는 서먹한 용어인가 봅니다. 그런데 얼마 전 음악을 듣다가 저도 모르게 정말 훈훈하다고 혼잣말을 내뱉은 적이 있습니다. 바로 'The 1975'의 'I Like It When You Sleep, For You Are So Beautiful Yet So Unware of It' 앨범을 듣다가 였어요. 음악을 듣다가 훈훈하다고 느낄 만큼 이 트랙은 무척이나 달콤하고 유혹적입니다.


'The 1975'는 영국 윈슬러에서 결성된 밴드입니다. 노래와 리듬 기타를 맡은 매튜 할리(Matthew Healy), 리드 기타 에던 햄(Adam Hann), 드러머 조지 데니얼(George Daniel) 그리고 베이스 연주자 로스 맥도널드(Ross MacDonald) 이렇게 4명으로 구성된 이 밴드는 2002년 같은 고등학교에 다니던 친구들끼리 모여 시작을 하게 되었다고 하는데요. 

제가 이들의 음악을 접하게 된 것은 꽤 오래전이었습니다. 그런데 다소 특이한 이름 외에는 당시 제 기억에 남는 음악이 아니었습니다. 보컬 매튜 할리가 비트 세대의 대표 시인이자 소설가였던 잭 케루악의 시집 뒤에 적힌 낙서 문구를 보고 지었다는 밴드 이름 'The 1975'만큼은 머릿속에서 잊히지 않더군요. 

제가 이들의 첫 앨범이 그다지 기억에 남지 않았던 이유는 국내에도 마니아층이 두꺼운 유럽 신인 록 밴드들의 경향과 매우 비슷하다고 느껴 졌기 때문입니다. 물론 이들의 멋진 멜로디와 감각적인 에너지는 무척 매력적이어서 많은 팬의 사랑을 받겠다는 생각이 바로 들었어요. 하지만 무척 달고 화려하지만, 개성 없는 초콜릿 같다고나 할까요? 지나치게 유행하는 팝의 모든 요소가 뒤섞인 나머지 그 화려함이 듣는 이의 감각을 둔하게 만들어버린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3년 후 발표된 이들의 두 번째 정규 앨범을 듣고는 깜짝 놀랐습니다. 더욱 화려해지고 설탕 열 숟가락은 더 넣은 듯 초콜릿은 더욱 강렬해졌지만, 오감을 쫑긋하게 세우며 듣는 이를 오직 음악 안에서 헤매게 합니다. 몇 년 전 사람을 둔감하게만 만들던 그 단맛이 이제는 하나하나 살아난 듯한 느낌이라니요.  

경향에 편승하여 한때 인기몰이 후 이름이 잊히는 신인 록밴드는 참 많습니다. 그러나 'The 1975'는 그들의 특이한 이름만큼이나 오랫동안 잊히지 않을 밴드가 될 것 같습니다. 두 번째 앨범을 통해 본격적인 독자적 영역으로 다가선 이들은 저의 오해를 여지없이 무너뜨렸네요. 앨범을 유심히 들어보면 단 한 곡도 같은 콘셉트가 반복되지 않습니다. 곡마다 가진 구성과 콘셉트가 전혀 다르지요. 정서와 톤을 유지한다는 의도로 많은 정규 앨범의 콘셉트가 중첩되는 경우가 허다함에도 이들은 전혀 이러한 실수를 범하지 않습니다. 이들의 뛰어난 음악성과 노련함 때문이겠지만, 그 이전에 얼마나 수많은 시간과 공을 들였는지 짐작할 수 있는 부분이지요. 이 음악들이 듣는 이로 하여금 더욱 감성을 훈훈하게 만들어 주는 근본 이유도 이것이 아닐까 합니다.  

pudditorium.com 
 
김정범  
 
뮤지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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