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4.29 부산일보 - 푸디토리움의 음반가게] 185. 마리아 베타니아

  • 날짜
    2016-05-09 17:1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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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http://news20.busan.com/controller/newsController.jsp?newsId=20160429000041
 
 

[푸디토리움의 음반가게] 185. 마리아 베타니아

세월의 무게에서 나오는 아름다움, 그 오롯한 감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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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리아 베타니아의 2006년 앨범. 김정범 제공
우리 사회가 유독 나이에 관한 집착이 심한 것은 사실입니다. 어떤 분들은 나이에 연연하지 않는다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사실 언어부터 손위 아래로 쓰임이 다른 용어들을 사용하고 있는 우리 사회의 현실을 부정하기는 힘듭니다. 전반적으로 나이에 관해 민감한 사회의 틀과 함께 신체적인 노화를 스스로 경험하면서 느끼는 막연한 두려움 또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피해 갈 수 없겠지요. 저는 유독 서른이 되기 전 이런 나이에 관한 강박을 느꼈던 듯합니다. 
20대가 끝난다는 것에 무척이나 두려움을 가졌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거든요. 지금의 20대가 겪는 미래에 대한 불안한 심리와 막연한 스스로에 관한 자책 등이 그때 저에게도 몹시도 버거운 무게로 다가왔습니다. 정말 서른이 되면 인생이 끝나는 것처럼 유독 유난을 떨었네요. 

저는 서른을 훌쩍 지나 이제 마흔이 넘는 중년이 되었습니다. 물론 그때 걱정했던 것처럼 서른이 넘어 세상은 끝나지도 않았을 뿐더러 여전히 저의 삶은 계속 진행 중입니다. 하지만 20대 말의 고민과 두려움이 분명 누구나 겪는 거라든가 그때는 원래 그런 거야 등의 한때 겪는 일종의 사춘기 병으로 치부될 것은 분명 아니라는 생각 역시 더욱 강해집니다.  

그때의 두려움은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여전히 계속되고 있지 않은가요. 다만 지내온 세월이라는 것이 그 두려움을 대처하는 유연함과 겸허함을 조금 더 능숙하게 해주는 것일 뿐이겠지요. 그래서 살아온 시간만큼 앞으로의 시간을 더욱 값지게 보내는 것에 대해 우리는 모두 참 관심이 많습니다.

저 역시 멋스럽게 나이가 들고 늙어간다는 것은 무엇일까에 대한 생각을 최근 많이 합니다. 특히나 한창 사회 생활을 하는 이 시대의 중년 가장들이라면 대부분 이런 고민을 한두 번쯤은 하겠지요. 그 직업이 예술가든 직장인이든 공무원이든 그 무엇이든 간에요. 직업의 종류와 상관없이 사회란 틀 안에서 살아가기에 그 세대의 사람들이 공통으로 느끼는 공감 분모는 분명 존재하는 것이니까요. 이런 고민을 하면 저는 항상 생각나는 음악가가 한 사람 있습니다. 바로 브라질 여가수 마리아 베타니아(Maria Bethania)입니다.  

1946년 바히아의 산토 아모로 지방에서 태어난 그녀는 50여 장의 스튜디오 정규앨범과 2천600만 장이 넘는 판매량을 기록하고 있는 브라질의 가장 대표적인 여가수입니다. 

그녀의 수많은 앨범을 찬찬히 듣고 있노라면 마치 그녀의 빛바랜 사진첩을 보고 있는 듯한 감동이 있습니다. 시간에 따라 앨범 속 그녀의 목소리도 천천히 늙어 변해가거든요. 하지만 그녀의 목소리와 음악은 더욱 깊어지고 그 멋은 더욱더 빛을 발합니다. 신체의 노화에 따른 목소리와 무대에서의 몸짓은 분명 세월의 무게가 쌓여가고 있음에도 그녀의 음악과 에너지는 더욱 아름답고 풍부해집니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는지 몹시 부러울 정도입니다.

2006년 발매된 'Sings The Vinicious De Moraes Songbook'은 마리아가 브라질의 위대한 시인이자 작가인 비니시우드 드 모라에스의 노래를 담은 앨범입니다. 제가 손꼽는 그녀의 가장 아름다운 앨범 중 하나이지요. pudditorium.com 
 
김정범  
 
뮤지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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