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5.26 부산일보 - 푸디토리움의 음반가게] 189. M83

  • 날짜
    2016-05-31 19: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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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http://news20.busan.com/controller/newsController.jsp?newsId=20160527000004
 
 

[푸디토리움의 음반가게] 189. M83

한계를 뛰어넘는 일렉트로닉 뮤직 라이브의 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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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83의 2011년 앨범 'Hurry Up, We're Dreaming'. 김정범 제공
 
 
M83은 앤소니 곤잘레즈(Anthony Gonzalez)가 주축이 된 프랑스 일렉트로닉 밴드입니다. 현재는 미국 로스앤젤레스를 기반으로 하지만, 프랑스 앙티브에서 2001년 결성이 되었습니다. 
 
곤잘레즈가 17살이던 해에 프랑스 레이블에 자신의 데모를 보내면서 시작된 M83은 그의 대학 시절 데뷔 앨범을 발매하게 되지요. 꾸준한 음악 활동과 팬들의 지지도를 넓혀 가던 중, 2011년 '미드나잇 시티'가 수록된 정규 앨범 'Hurry Up, We're Dreaming'이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면서 명실공히 세계적인 명성을 얻게 됩니다. 엠비언트와 슈게이징 그리고 신스팝 등 일렉트로닉 음악의 다양한 전개를 들려주던 그의 음악들은 저 역시 오래전부터 팬이 되었을 만큼 무척 매력적입니다.  

이번 주 M83이 내한 공연을 했습니다. 그들의 라이브가 저 역시 몹시 궁금했던 터라 오랜만에 공연장을 향했습니다. 그러고 보니 귀국한 지 꽤 오랜 세월이 흘렀는데 그간 해외 음악가의 공연장을 찾은 적이 없더라고요.  

하루 이틀이 멀다 하고 뉴욕의 공연장과 거리를 들락거리며 수많은 공연을 보았다고 나름 자부를 했었는데 말이지요. 역설적이지만 어느 순간 제가 공연에 대해 마치 종교용어로 냉담자(冷淡者)처럼 되어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사는 해운대 주변에 팝 아티스트의 공연이 많지 않은 탓도 있겠지만 그건 사실 핑계일 뿐 제가 꽤 오랫동안 라이브 공연에 대한 설명하기 힘든 회의감이 있었던 듯싶습니다. 음악을 만들고 연주하는 일을 하는 제가 오히려 이런 생각들을 품게 되는 것이 참 설명하기 어려운 아이러니로 저에게도 다가오네요.  

M83의 공연을 찾았을 때도 솔직히 이들의 공연을 끝까지 볼 생각은 아니었습니다. 음악을 즐기고 감상하겠다는 생각보다 정말 그들의 라이브의 구성과 시스템이 궁금했던 게 훨씬 컸거든요. 앤소니 곤잘레즈는 레코딩 음악을 어떻게 라이브로 구현할까, 현장에서의 수많은 소리를 어떤 방식으로 제어할까, 어떤 것에 초점을 맞추어 음악을 풀어갈까. 그런데 첫 곡이 시작되고 한순간에 빨려 들어가는 듯한 엄청난 사운드의 쾌감은 공연이 끝날 때까지 어떤 박수와 미동도 할 수 없었을 만큼 정말 대단했습니다. 시간이 어떻게 흘러갔는지 모른 채 공연이 끝날 때까지 남아있는 저를 발견하게 하더군요. 라이브를 이렇게까지 '잘' 할 줄 솔직히 몰랐습니다.  

라이브 일렉트로닉 뮤직(Live Electronic Music)이란 말은 이제 사전에도 등재될 만큼 더는 생소한 용어는 아닙니다. 하지만 냉정하게 이것은 참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합니다. 그냥 유행에 편승하는 것은 아닌지, 녹음된 음악이나 앨범을 재생하는 것보다 라이브에서 정말 더 나은 음악이 나올 수 있는지, 고전적인 라이브의 의미에서 연주의 즉흥과 자유로움이 주는 쾌감을 해치는 것이 아닌지. 

그러나 마치 공연은 저에게 이렇게 말하는 듯했습니다. '잘 봐 이렇게도 할 수 있어. 정말 근사하지 않아? 네가 냉담자가 되었던 동안 지구 저편의 공연은 또 이만큼 진보하고 발전했다고'. 

pudditorium.com 

김정범  
 
뮤지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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