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6.23 부산일보 - 푸디토리움의 음반가게] 193. 스테판 폼프냑

  • 날짜
    2016-06-27 17:4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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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http://news20.busan.com/controller/newsController.jsp?newsId=20160624000022


[푸디토리움의 음반가게] 193. 스테판 폼프냑

호텔 코스테스, 절묘한 선곡이 만들어 낸 상업적 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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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테판 폼프냑의 2006년 앨범 'Hotel Costes X'. 김정범 제공


얼마 전 머리를 자르며 헤어디자이너와 수다를 떨었습니다. 디자이너 한 명이 운영하시는 샵이라 남자들이 수다를 떨기에 더할 나위 없는 장소거든요. 그분은 새로 가게를 오픈해서 정신이 없다는 얘기를 했습니다. 젊은 남성을 대상으로 한 바버샵을 이제 시작했다고요. 
그날 디자이너 분이 저에게 물으시더라고요. 매장에서 어떤 음악을 틀어야 할지 몰라서 힙합 음악을 틀어놓았다고요. 그래서 제가 말했지요. "바버샵에서 힙합이 나온다고요? 와 그건 아닌 것 같아요. 바로 지금 얼터너티브로 바꾸어보세요."
 
저는 개인적으로 이발소에 관심이 많습니다. 작은 도시에 가도 골목에 오래된 이발소를 찾아보려고 합니다. 유학 시절 맨해튼의 이발 도구와 소품 파는 가게를 자주 들러 구경을 하고는 했어요. 이발 행위 자체가 아니라 이발사의 도구들이나 의자, 갖가지 소품이 저는 왜 그렇게 클래식하고 멋스럽게 느껴지던지요. 최근에 본 가장 멋진 이발소는 파리의 봉 마쉐 백화점 내에 있는 이발소였습니다. 현대적인 백화점 지하에 아주 빈티지한 남성 전용 이발소가 있는데요. 정말 기가 막하게 멋지더라고요. 젊은 남성 이발사들의 옷차림부터 장소의 구석까지 마치 옛 이발소가 그 매력을 그대로 간직한 채 새 옷을 입은 느낌이랄까요. 그날 오직 그 이발소만 기억에 남을 정도였지요.  

그러고 보면 장소에서 행해지는 주된 행위보다 그 주변을 구성하는 것들이 더 그곳을 의미 있게 만드는 경우가 많습니다. 마치 저에게 이발소처럼 음악도 이런 의미로 작용하는 경우가 주위에 꽤 많지요. 예를 들어 저는 일명 별다방으로 불리는 외국 커피 프랜차이즈를 그다지 선호하지는 않는데요. 유학 시절에 그곳에 커피를 마시기 위해서가 아니라 음악을 들으러 갔어요. 평소 음악 선곡이 국내의 그것들과 달리 정말 좋았을뿐더러 특히 크리스마스 시즌 맨해튼 가게들의 캐럴 선곡은 정말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였습니다. 그곳에서 파는 음반들도 특유의 색깔을 가지며 일관성이 있어 언제나 관심을 끌게 했지요. 그래서 그 가게들은 커피를 마시는 곳보다 음악을 들으며 휴식을 취하던 장소로 기억됩니다. 

유행이 지나긴 했지만 '호텔 코스테스(Hotel Costes)'는 세계적으로 대히트를 기록한 음반 시리즈입니다. 파리 출신의 디제이 스테판 폼프냑(Stephane Pompougnac)의 선곡과 믹스로 이루어진 이 앨범들은 새로운 유행과 장르를 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저는 솔직히 그의 믹스보다 선곡에 감탄을 금할 수 없습니다. 자신의 취향과 선곡만으로 이렇게 상업적인 성공과 여러 문화에 파장을 준 음반은 사실 지금까지도 없을 정도니까요. 기존의 음악을 어디서 어떻게 듣는가에 따라 다른 의미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을 확연히 보여준 예이지요. 


'코스테스 엑스'는 2006년 발매된 열 번째 시리즈로 오직 선곡으로 감성의 스타일까지 만들어 내는데요. 소비의 수단이 된 현 음악 풍토가 항상 마음 한구석을 씁쓸하게도 하지만, 이러한 현실을 아예 극한까지 밀어붙여 만들어 낸 그의 시리들은 분명 시사하는 바가 있지 않나 싶습니다. 

pudditorium.com 
 
김정범  
 
뮤지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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