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7.8 부산일보 - 푸디토리움의 음반가게] 195. 벨러 버르토크

  • 날짜
    2016-07-12 10:5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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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http://news20.busan.com/controller/newsController.jsp?newsId=20160708000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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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벨러 버르토크의 앨범 '피아노 퍼포먼스 1926-1945'. 김정범 제공



음악에 있어 조기 교육은 분명 중요합니다. 특히 악기를 다루는 테크닉에 있어서는 아주 절대적이지요. 저는 일반 고교를 졸업하고 국내 대학에서도 경영학을 전공한 지라 조기 교육을 통해 악기에 관한 테크닉이 풍부한 음악가들의 연주를 들어보면 참 부럽습니다. 성인이 되어 노력으로는 좀처럼 바꾸기 힘든 높은 벽이 분명히 존재하거든요.
 
초등학교 시절을 돌이켜보면 많은 친구가 피아노 학원에 다녔고, 바이엘 상하권을 배우고, 하농을 연습하고, 체르니 100번 30번 50번 등을 순서대로 배워 나갔습니다. 그래서 피아노 실력이란 그 학생이 체르니 몇 번을 치고 있느냐로 판가름이 되었지요. 친구들보다 일찍 바이엘을 끝냈거나 체르니 피아노 연습곡의 높은 단계를 치는 학생들을 우리는 부러워했습니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 보면 참 이상합니다. 왜 저는 그 친구들의 연주보다 초등학교 시절 누구는 체르니 몇 번까지를 칠 수 있었고 피아노 명곡 집의 어떤 곡을 칠 수 있었다는 것만 기억하는 걸까요. 또 저는 체르니나 바이엘 하농의 음악을 이후에 즐겨 들어본 기억이 없습니다. 이들이 어린이와 유아를 위한 피아노 교본을 전문적으로만 만들었던 음악가였기 때문일까요? 수많은 음악가의 피아노곡이 먼 과거에서부터 셀 수 없을 만큼 존재하고 있었는데 왜 바이엘과 하농, 그리고 체르니 등에만 집착했던 걸까요? 더 놀라운 것은 제가 중년의 나이로 접어든 지금까지도 국내의 이러한 경향은 거의 변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하며 피아노를 공부해 나가면서 저의 기본적 테크닉에 대한 수준이 턱없이 모자람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한계가 너무도 명백하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지요. 그래서 클래식을 공부하고 연습하는 사람들이 어린 시절 어떤 훈련을 거치고 어떤 연습을 했는지가 무척 궁금했습니다. 저 역시도 이리저리 개인지도를 받아보며 조금이나마 격차를 좁혀 보고 싶었지만, 그것은 무척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그때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이 벨러 버르토크(Bela Bartok)의 피아노 연습곡들입니다.

벨러 버르토크는 헝가리의 작곡가이자 피아니스트입니다. 20세기의 빼놓을 수 없는 가장 위대한 음악가 중 한 사람이자 민족음악학이라 불리는 비교음악학의 기초를 다지게 한 음악가입니다. 제가 당시에 접한 그의 곡은 미크로코스모스라 불리는 여섯 권 분량의 피아노 연습곡이었습니다. 이 연습곡은 그의 두 번째 아들 페테르에게 피아노를 가르치기 위해 만들었다고 전해지는데요. 대학교 때 비로소 접한 이 연습곡들은 저에게 무척 신기했습니다. 제가 어린 시절 체험했던 연습곡들과 참 달랐거든요. 저에게는 심지어 기이했고 독특했습니다. 그런데 더 신기했던 것은 이 연습곡들이 이토록 생소했음에도 무척 재미있었다는 점입니다. 마치 낯선 숲속을 모험하는 듯한 느낌이었거든요. 

연습곡이 이렇게 재미있을 수도 있다는 것을 그때 처음 깨달았습니다. 그리고 저는 이후에 벨러 버르토크의 음악을 찾아 듣게 되었고 팬이 되어 버렸지요. 오늘은 LP를 연상하게 하는 그의 아주 오래된 레코딩을 통해 놀라운 음악 세계를 다시 체험해 봅니다. pudditorium.com

 
김정범  
 
뮤지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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