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8.19 부산일보 - 푸디토리움의 음반가게] 201. 르네상스

  • 날짜
    2016-08-22 18:56:27
  • 조회수
    1526
  • 추천수
    0

[출처] http://news20.busan.com/controller/newsController.jsp?newsId=20160819000017



[푸디토리움의 음반가게] 201. 르네상스

'음원'이 아닌 '음악'으로 나누는 아트록의 진수


20160818000321_0.jpg
▲ 밴드 르네상스의 1975년 카네기홀 공연 라이브 앨범 김정범 제공


음원(音源)은 요즘 우리가 흔하게 사용하는 용어로, 음악 관련 종사자뿐 아니라 일반 사람들에게도 아주 익숙한 말이지요. 음원 차트, 음원 출시, 음원 사이트 등 수많은 미디어의 기사 속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런데 이 용어는 언제부터 사용한 걸까요? 국어사전을 살펴보면 음원이란 단어는 물론 존재합니다. 그러나 지금의 의미와는 다른, 한자어 그대로의 의미입니다. 요즘의 음원이란, 근래에 보편화한 새로운 의미의 용어인 것은 분명한 듯 보입니다. 그런데 다른 언어로 이 음원을 번역하면 무엇일까요? 아무리 인터넷을 뒤져보고 자료를 살펴봐도 저는 찾지 못하겠습니다. 왜 유독 우리 사회는 다른 나라에 있지 않은 '음원'이란 말을 음악이란 말을 대체해서 사용하는 걸까요. 저는 사실 참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분명히 이 단어는 국내에 음악이 온라인을 통해 공유되고 스트리밍 서비스가 가속하면서 생긴 말일 것입니다. 온라인을 통해 공유할 수 있는 디지털 형태의 음악 데이터를 우리는 음원이라고 통칭합니다. 그리고 이제는 아예 음악이라는 말 대신 거의 이 말을 사용하고 있고요. 개인적으로는 인터넷 신조어나 생활 속 비표준 용어들이 한국어를 파괴하거나 해를 끼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음악이 음원으로 우리의 인식 속에서 대체되고 있다는 것은 분명 생각해봐야 할 문제입니다. 영화나 그림, 심지어 전시나 공연도 온라인으로 공유할 수 있음에도 우리는 음악 외의 다른 예술 장르에서는 이런 용어를 쓰지 않거든요. 이것은 온라인을 통해 음악을 스트리밍으로 즐기는 일반적 방식에 관한 얘기와는 전혀 다른 이야기입니다. 

우리는 음악을 어느 순간부터 음악으로 생각하고 있지 않은 것일지도 모릅니다. 예술의 소비 방식이 시대에 따라 달라지고 개개인의 선택이 다양해지는 것은 동시에 많은 이슈와 논쟁을 낳습니다. 그리고 그 의견은 어떤 이유에서든 모두 존중받아야 합니다. 그러나 예술 장르가 가진 자체의 본질을 왜곡하고 우리의 인식으로 자리 잡는 것은 무척 위험한 일입니다. 왜냐하면, 이와 함께 그 의미를 무섭도록 모르게 잃어가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음악을 만드는 방식과 음악을 누리는 방식도 함께요. 우리는 지금 음악을 다운로드할 수 있고 친구와 이메일로 공유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듣는 것은 '음원'이 아니라 '음악'입니다. 음악은 컴퓨터 데이터가 아니거든요. 

이번 주 추천 음반은 영국 아트 록 밴드 '르네상스(Renaissance)의 라이브 앨범입니다. 1975년 카네기홀 공연 실황이 녹음된 이 앨범은 밴드 르네상스의 절정기를 여실히 들려주는 2장의 디스크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 밴드의 상징으로 자리 잡은 애니 하슬람의 목소리와 더불어 피아노와 오케스트라, 신시사이저 등이 어우러져 아트록의 진수를 들려줍니다. 문득 어쩌면 제가 가진 음반들도 음악이 음원으로 불리기 이전과 이후의 것으로 나눌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저도 모르게 그 이전의 음반들을 다시 한 번 살펴 보게 되네요. 지금처럼 디지털 파일이 아닌 형태의 음악이더라도 우리는 이미 그때 '음원'이 아닌 '음악'을 분명 충분히 즐기고 나눌 수 있지 않았던가요. pudditorium.com

 
김정범
  
 
뮤지션

STOMP NEWSLETTER

스톰프뮤직의 아티스트 소식과 특별한 혜택이 있는
공연과 소식을 먼저 받아보실수 있습니다.

이름*
연락처*
이메일*
CLO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