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8.26 부산일보 - 푸디토리움의 음반가게] 202. '나와 친구…' 사운드트랙

  • 날짜
    2016-08-26 11:35:28
  • 조회수
    1625
  • 추천수
    0

[출처] http://news20.busan.com/controller/newsController.jsp?newsId=20160826000008


[푸디토리움의 음반가게] 202. '나와 친구…' 사운드트랙

히치콕과 비발디, 팝까지 곁들인 개성 넘치는 사운드


20160825000216_0.jpg
▲ 영화 'Me and Earl and the Dying Girl'의 포스터. 김정범 제공

2015년 선댄스 영화제의 가장 큰 화제작은 '나와 친구, 그리고 죽어가는 소녀(Me and Earl and the Dying Girl) 였습니다. 원작 소설의 작가 젯시 앤드류스가 직접 각본을 쓰고 알폰소 고메즈 레존 감독이 연출한 이 영화는 31회 선댄스 심사위원상과 관객상을 수상하며 세계적인 화제를 일으킵니다. 
 
저는 소문으로만 듣다 얼마전에야 이 영화를 보았는데요. 아마도 올해 제가 본 영화 중 사운드트랙과 함께 으뜸으로 손꼽을 듯 합니다. 그리고 최근 몇 년간 가장 좋은 에너지를 받았던 영화로도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 
 
고등학생인 주인공과 남자친구 그리고 백혈병에 걸린 여자 친구등이 벌이는 영화 속 이야기는 저에게 썩 매력적이지 않은 청춘물처럼 보였습니다. 게다가 예고편 역시 자극적이지 않아서인지 처음에 전혀 끌리지가 않더라고요. 그러나 영화가 시작되면서부터 느껴지는 속도감은 영화가 끌날 때까지 잠시도 딴 생각이 들지 않을 만큼 몰입하게 만들더라고요. 거기에 곁들여진 고급스러운 유머와 위트는 보는 이를 정말 흐뭇하게 만들지요.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와 더불어 아름다운 미술과 촬영은 이 영화를 완벽하게 마무리 해주지요. 

그리고 무엇보다 이 영화를 내내 관통하는 사운드트랙은 관객들이 진한 감동을 느끼는 데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이 영화의 음악은 앰비언트와 일렉트로닉 음악의 선구자로 정평이 나있는 브라이언 이노(Brian Eno)의 작품이 주축을 이룹니다.  

브라이언 이노는 작곡가이자 프로듀서 그리고 작가이자 비쥬얼 아티스트라 불리울 만큼 20세기 팝 음악에서 빼 놓을 수 없는 영향력을 가진 아티스트입니다.  

데이비드 보위와 유투(U2), 그리고 최근의 콜드 플레이와의 작업까지 그의 영역은 오랜 시간을 거치며 계속 새로운 시도와 여러 질문을 동시에 던지고 있지요.  

여기에 더해 히치콕의 옛 영화 음악이나 비발디의 클래식 그리고 루 리드 등을 비롯한 다른 팝 아티스트들의 음악들이 영화 전반에 걸쳐 아주 맛깔스럽게 함께 곁들여져 있습니다. 영화처럼 사운드트랙의 구성도 무척 자유분방한 위트로 가득합니다. 이런 창의적이고 개성있는 사운드트랙은 영화를 보는 내내 경쾌하고 신선한 바람을 만끽하는 듯한 기분 좋음을 느끼게 해주지요. 

사실 이 영화를 보고, 음악을 들으면서 음악을 만드는 사람으로서 이런 개성과 창의성에 대해 무척 부러움을 느꼈습니다. 특히나 이번 여름 새로운 곡을 만드는 일에 거의 모든 시간을 할애하고 있는 저로서는 더욱 그렇더라고요. 심지어 스스로 자유로움을 너무 간과한 채 상상력을 틀에 가두는 것은 아닐까하는 반성도 하게 되네요.  

그런데 이 영화는 결국 국내에서 개봉관을 잡지 못했다고 합니다. 국내의 정서와 대중성에 맞지 않다는 판단에 개봉을 하지 못했다고 하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는데요. 이 영화를 너무 좋아하는 저로서는 참 안타까운 일이었습니다.  

영화를 즐기는 제 취향이 대중적이지 않은 걸까요? 아니면 혹시 제가 처음에 이 영화의 표면들을 보고 전혀 끌리지 않았던 것처럼, 어쩌면 사람들도 실제 그 속을 관심있게 들여다 보지 않은채 너무 이른 판단을 했던 것은 아닐까요?  

  김정범  
 
뮤지션

STOMP NEWSLETTER

스톰프뮤직의 아티스트 소식과 특별한 혜택이 있는
공연과 소식을 먼저 받아보실수 있습니다.

이름*
연락처*
이메일*
CLO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