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9.29 부산일보 - 푸디토리움의 음반가게] 205. 존스

  • 날짜
    2016-09-30 10:4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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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http://news20.busan.com/controller/newsController.jsp?newsId=20160928000475


[푸디토리움의 음반가게] 205. 존스

'사람'의 마음을 끄는 강한 매력과 탁월한 완성도
20160928000439_0.jpg▲ 존스의 데뷔 앨범 '뉴 스킨(New Skin). 김정범 제공
얼마 전 지진으로 인해 많은 분들이 직접적 피해와 함께 불안이 계속되시리라 생각합니다. 사는 동안 몇 번 지진을 경험해 본 적은 있지만, 위협적인 공포를 느낀 건 이번이 처음이었습니다. 
 
많은 걱정으로 아파트 이웃들과 한동안 밖에서 서성이기도 했고, 늦은 시간에 인근 초등학교를 찾기도 했지요. 그러면서 우리가 이런 자연재해들에 아무런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고 하는 사실이 몸에 와 닿더군요. 
 
무엇보다 이런 공동체의 한가운데에 나와 내 가족이 놓여있다는 사실이 정말 아찔했습니다. 그 안에서 내가 아내와 아이를 위해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순간 들었을 때, 저에게는 이것이 더 무거운 공포로 다가왔습니다. 

이번 일을 계기로 우리는 설명서, 지침서, 안내서의 필요성을 다시 얘기하고 있습니다. 사실 우리 사회는 이번 일뿐만 아니라 지침서의 필요성을 곳곳에서 요구하고, 또 만들어 오고 있습니다. 직장이나 학교, 그리고 관공서나 상점 등 우리 기본적 삶이 닿아있는 모든 곳에서 그러하죠.  

그런데 이 '지침서 확립 문화'가 과연 근본적인 해결책일까요? 각 분야에서 지침서를 이행할 때의 친절함이 과도하거나 부자연스럽게 느껴진 적이 있지 않나요. 그런 만연한 친절함에 반해 그 지침서가 어떤 문제에 대한 해결이나 개선을 향하고 있지 않은 경우도 많습니다. 그보다는 왜 이것을 해결할 수 없는가에 대한 이유와 입장을 논리정연하게 대변하는 것에 가까운 것 역시 많지요.

이러한 문제의 근본은 우리 사회의 지침서라는 것에 '사람'이 배제된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더 정확히는 사람에 대한 배려, 그리고 우리 스스로에 대한 배려 말이죠. 그러한 지침서는 시스템에 대한 방어적 변명이나 오직 어떤 특정 이익 집단의 시스템을 더 확고히 만들어 줄 뿐, 그 기능을 제대로 할 수 없습니다. 

지침서나 안내서는 '사람'을 위해서, 그리고 '나와 우리'를 위해서 사고하고 행동할 수 있는 기본적인 지도를 제공하는 것입니다. '사고'와 '행동' 그리고 무엇보다 '사람에 대한 존엄'이 결여된 지침서는 그 의미를 가지지 못합니다. 그리고 기계가 할 영역이지 사람이 해야 할 영역도 아니겠지요. 

많은 분과 같이 심란한 요즘, 저는 영국의 음악가 존스(Jones)의 음악을 듣고 있습니다. 다음 달 발매될 그녀의 데뷔 앨범은 발매도 되기 전에 제가 가장 기다리는 음악일 만큼 무척 매력적인데요. 그동안 내놓은 몇몇 싱글만으로도 사람의 마음을 잡아끌 뿐만 아니라 신인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만큼 음악의 완성도도 아주 탁월합니다.  

최근 '리앤 라 하바스' 등장 이후 저에게 이토록 강한 매력을 선사한 여성 음악가로 존스를 꼽는데 저는 주저하지 않습니다. 원숙한 멜로디와 함께 맛깔나는 향신료가 입안에서 가득 퍼지는 듯한 그녀의 음악을 미리 염탐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이른 시일 내에 나만이 아는 음악인이 아닌, 모두가 아는 예술가로 거듭 성장할 것 같은 강렬한 예감이 찾아옵니다.  

pudditorium.com 
 
김정범  
 
뮤지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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