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12.1 부산일보 - 푸디토리움의 음반가게] 214. 킨

  • 날짜
    2016-12-05 16:0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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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http://news20.busan.com/controller/newsController.jsp?newsId=20161201000205


[푸디토리움의 음반가게] 214. 킨

일렉트릭 그랜드피아노가 뿜어내는 독특한 록

20161201000230_0.jpg▲ Keane의 앨범 'Hopes and Fears' 김정범 제공

작곡할 때 어떤 악기로 곡을 만드느냐에 따라 그 정서는 참 다릅니다. 곡을 들을 때면 '이 곡을 만든 사람은 피아노를 치는 사람이구나' 또는 '이 곡은 기타를 치면서 만들었구나' 하는 느낌이 들 때가 있죠. 제가 최근 몇 년간 곡을 만들 때 쓰는 악기는 야마하에서 나온 CP70이라는 일렉트릭 그랜드피아노입니다. 이 악기는 1976년부터 1980년대 초반까지만 생산되었습니다. 일반적인 그랜드피아노 구조와 유사해요. 실제 스트링이 달려 있고 해머도 있지요. 그랜드피아노를 작게 축소해서 만들었다고 보면 됩니다.

하지만 여기에는 전자 기타처럼 픽업이 달려 있어서 앰프를 사용할 수도 있습니다. 말하자면 어쿠스틱 악기지만, 전자신호로 소리를 증폭하여 쓸 수 있지요. 따라서 다양한 효과도 가능합니다. 많은 거장 록 밴드의 공연에 종종 이 피아노를 접할 수 있는 것도 이러한 이유입니다. 독특한 소리도 참 매력적입니다. 자연스러운 독특한 떨림과 뒤틀림이 있거든요. 

이 악기를 무척 갖고 싶었던지라 귀국 몇 달 전부터 이 악기를 구하느라 몹시 애를 썼던 기억이 납니다. 인터넷을 뒤지고 맨해튼부터 뉴욕 근교 작은 도시들까지 수소문했습니다. 대부분 악기 상태가 영 안 좋았던지라 적당한 물건을 찾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었는데요. 어느 날 인터넷에 이 악기를 처분하겠다는 소식이 올라와 맨해튼에서 몇 시간 걸리는 한 작은 도시를 방문했어요. 지금까지 보아온 악기와는 달리 정말 새 악기처럼 너무 상태가 좋아서 감탄을 금치 못했습니다. 소유자는 노신사였고, 그의 직업은 건축가였습니다. 이 악기가 아름다운 건축물 같아서 오래전에 구매했다고 하더군요. 심지어 수년간 튜닝과 관리를 너무 잘 해오고 있었습니다. 

악기의 상태에 마냥 감탄하고 있는 저에게 그 노신사가 실례가 아니라면 어떤 곡이든 한 곡 연주해 줄 수 있겠냐고 묻더군요. 그래서 저는 'If I could Meet Again'을 연주했습니다. 연주가 끝나자 그 노신사는 "돈을 떠나 이 악기와 가장 잘 어울리는 곡을 연주하고 만드는 사람에게 맡겼으면 했는데, 그 적임자를 만나서 다행이다"고 말했습니다. 듣기 좋은 인사말 정도로 여겼는데 노신사는 그 말과 함께 말도 안 되는 너무 적은 액수의 돈을 받겠다고 했어요. 저는 너무 놀라서 감사하지만, 이 가격은 너무 낮은 가격이라며 사양했는데 결국 정말 상상할 수 없는 가격으로 이 피아노를 갖게 되었습니다. 노신사는 오히려 자기가 고맙다며 피아노를 잘 부탁한다고 친히 이 작은 피아노와 함께 저를 집 근처까지 태워다 줬지요.

킨(Keane)은 1995년 결성된 영국 록 밴드입니다. 2004년 그들의 데뷔 앨범 'Hopes and Fears'는 발매와 동시에 각종 유럽 차트를 휩쓸며 성공을 거뒀습니다. 이들이 특이했던 것은 다른 록 밴드들과 달리 기타나 드럼이 아니라, 피아노를 전면에 내세웠던 점입니다. 심지어 '피아노 록'이라는 말이 마니아 사이에서 돌기도 했죠. 이들의 피아노는 바로 일렉트릭 그랜드피아노였고, 제가 가지고 있는 피아노와 같은 악기입니다. 록의 강렬함이 피아노로 전달될 때의 따듯한 매력이 무엇인지 고스란히 들려주는 앨범입니다. pudditorium.com 

 
김정범 
 
뮤지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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