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1.19 부산일보 - 푸디토리움의 음반가게] 221. 지휘자 오자와 세이지

  • 날짜
    2017-02-02 09:5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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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http://news20.busan.com/controller/newsController.jsp?newsId=20170119000213


[푸디토리움의 음반가게] 221. 지휘자 오자와 세이지

오래된 나무 그늘 같은 거장, 그가 전하는 소리의 감동

20170119000211_0.jpg▲ 오자와 세이지의 라벨의 오페라 실황 공연 앨범. 김정범 제공

초등학교 시절, 주말 아침 TV에서 녹화한 오케스트라의 실황 방송을 꽤 많이 볼 수 있었습니다. 저에게는 바둑 방송과 함께 가장 지루한 프로그램으로 기억에 남아있습니다. TV 만화 영화를 기다리던 탓도 있었지만, 그런 공연을 받아들이기에는 아직 어렸나 봅니다.
 
그런데 실황을 보며 항상 지휘자가 궁금했습니다. '연주자들은 대부분 악보를 보며 연주하는데, 왜 저 할아버지는 저렇게 그들을 향해 격정적으로 팔을 흔드는 걸까' 이후 지휘자의 역할을 어느 정도 알게됐음에도 '오케스트라가 연습을 다 하면 실제 연주에서 지휘자는 그냥 그림처럼 서 있는 게 아닐까'하는 의구심도 들더군요. 

그러나 지휘자의 역할은 단순히 지휘봉을 저으며 오케스트라의 박자를 맞추는 게 아니었습니다. 사실은 지휘를 누가 하느냐에 따라서 그 음악은 전혀 다른 음악으로 탄생하게 됩니다. 우리가 공연 자료를 보거나 음반을 들을 때, 어느 오케스트라이고 당시 상임 지휘는 누가 맡았는지에 주목하는 것도 이런 이유입니다.

보스턴 유학 시절, 많은 오케스트라의 공연을 접했고, 작은 규모지만 실제 오케스트라의 녹음을 현지에서 직접 경험하게 되었어요. 특히 녹음실에서의 많은 생각은 지금도 그 감정이 잊혀지지 않습니다. 그 이유는 지휘자의 자리가 가장 책임이 큰 자리임과 동시에, 그 연주를 가장 잘 들을 수 있는 자리이기 때문입니다. 머릿속에서 상상했던 표현이 실현되어 들려올 때의 감동은 이루 말할 수 없던데요. 마치 광고 속의 어떤 고가의 오디오도 흉내조차 낼 수 없으며, 또 고가의 공연 관객석에서도 느낄 수 없는, 지휘하는 자리에서만 느낄 수 있는 거대한 소리의 감동이 실제로 존재합니다. 

사실 서양의 전유물로 생각했던 클래식 오케스트라에서 아시아계 지휘자를 본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그런데 우연히 오자와 세이지가 지휘하는 모습을 접하고는 정말 놀랐던 기억이 납니다. 그는 1935년생 일본인 지휘자입니다. 샌프란시스코 심포니, 토론토 심포니와 함께 오랫동안 보스턴 심포니 오케스트라를 상임 지휘하며 수많은 활동을 했습니다. 또 객원 지휘자로 뉴욕 필하모니, 파리 관현악단과 함께 연주했습니다. 

심지어 2002년 빈 신년 음악회도 지휘했는데요. 세상에! 아시아계의 지휘자가 빈 신년 음악회를 지휘하는 것을 누가 상상이나 할 수 있었을까요. 게다가 오자와 세이지는 어린 시절부터 유학한 경우도 아닙니다. 일본에서 대학 교육까지 마쳤습니다. 

작년 그래미 시상식에서 세계는 이 거장의 음악에 또 한 번 주목합니다. 오자와 세이지가 지휘하고 일본 사이토 킨넨 오케스트라가 연주, 메조소프라노 수잔 그레이엄과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에서 많은 인기를 얻은 이사벨 레오나르드가 노래를 합니다. 이들은 라벨의 오페라를 연주하지요. 그리고 이 실황 공연이 앨범에 담겨 발매됩니다. 결국, 이 앨범은 작년 그래미상 최고의 오페라 녹음 부분을 수상하게 되었습니다. 

pudditorium.com. 

 
김정범
  
 
뮤지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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