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2.21 조선뉴스프레스] 베토벤과 슈만의 미학, 선율로 풀어낼 ‘송영훈 첼로 리사이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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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7-02-23 16:2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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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외 유수 오케스트라와 꾸준한 협연, 독주회, 실내악 연주자로서 독일, 스위스, 영국, 일본 등 세계를 무대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첼리스트 송영훈이 오는 25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3년만에 연주회를 갖는다. 그는 정통 클래식부터 월드 뮤직까지 다양한 레퍼토리를 선보이는 한국 음악계의 대표 연주자. 21일 이메일 인터뷰를 나눴다.
중저음의 가슴을 두드리는 첼로 선율의 그윽함만큼이나 부드러운 목소리와 꽃미남 첼리스트로 통하는 송영훈은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첼리스트이자, 주말 오전마다 KBS 1FM ‘송영훈의 가정음악’ 라디오 진행자로도 우리에게 친숙한 음악가이다. 이번 공연에서 그는 ‘Joy of classicism(클래식의 기쁨)’이라는 주제로 고전주의와 낭만주의를 각각 대표하는 작곡가 베토벤과 슈만의 작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베토벤은 송영훈이 가장 좋아하고 존경하는 작곡가이자, 가장 많은 고민을 안겨준 작곡가이기도 하다. 송영훈은 “베토벤은 고전주의 음악의 기둥이자 낭만주의 음악의 포문을 연 작곡가”라며 “지금의 클래식 음악이 있기까지 베토벤의 음악은 뼈와 살과 같은 존재”라고 말했다.
“이번 리사이틀에서 베토벤 첼로 소나타 1번과 2번을 연주하며 클래식 음악을 시작했던 초심의 마음으로 돌아가 연주하려고 합니다. 셰익스피어의 원전 소설을 읽는 건 어려운 일이지만, 제대로 공부하고 읽으면 수십 번을 되풀이해 읽어도 새로운 면을 발견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제게 베토벤은 그런 작곡가입니다. 고전 작품을 알아간다는 것은 제 음악 인생에서 끝없이 탐구해야 할 과제이자 즐거운 여정인 것 같아요. 그 즐거운 여정을 이번 공연에서 관객들과 함께 하고 싶습니다.”
그는 이번 공연에서 주안점을 두고 있는 곡 중 하나로 베토벤의 ‘환희의 송가’를 꼽았다.
“‘환희의 송가’하면 기쁨, 환희를 떠올리지만 단지 즐거움만 표현한 것 같지는 않아요. 음악을 통해 인간의 고난과 시련, 역경 등 인간의 삶을 잘 표현해낸 곡이라고 생각해요. 베토벤은 청력을 잃는 아픔을 겪었지만 음악으로 어려움을 극복하고, 자신을 위로했죠. 이 곡에서 그 위로의 힘이 느껴져요.”
이번 공연에서는 베토벤의 음악과 더불어 낭만주의 시대의 꽃을 피운 음악가인 '슈만'의 곡으로 공연을 한층 풍성히 만들 예정이다. 그가 생각하는 슈만의 음악은 ‘소소한 일상에서 느낄 수 있는 기쁨’이라고 한다. 그는 라디오 ‘송영훈의 가정음악’에서 슈만과 클라라 부부의 일기를 번역해 낭독하고 있다.
“슈만은 가정적인 모습이 많아요. 일곱 명의 아이를 키우는 이야기가 자주 나오는데 그의 음악에서도 그런 섬세한 감정을 느낄 수 있어요. 두 부부가 항상 소소한 즐거움을 찾는 모습이 인간적으로 느껴져요. 저 또한 두 돌 지난 아이를 키우며 슈만의 기분을 더 잘 알게 되었죠. 스케줄은 바쁘지만 오히려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과 연습하는 시간이 더 늘었어요. 마음의 여유가 생기니 시간이 나더군요. 아이가 없던 시절이 어땠었는지 생각 나지 않는 걸 보면 저도 아이가 태어난 후 새로운 인생을 살고 있는 것 같아요.”
그가 느끼는 베토벤의 음악이 '완벽한 구조로 이뤄진 음악'이라면, 슈만의 음악은 '가족의 사랑과 섬세함이 음악의 뿌리가 된 것' 같다고 말한다.
“이 둘의 공통점은 인간의 기본 감정에 충실한 음악이라는 거예요. 감정을 끌어낼 수 있는 음악의 힘이 더 강하게 느껴지는 음악이죠.”
또한 이번 공연에서는 송영훈이 핀란드 시벨리우스 음악원에서 거장 아르토 노라스(Arto Noras)를 사사하던 시절, 함께 공부했던 피아니스트 요나스 포요넨(Joonas Pohjonen)과 함께 무대에 오를 예정이다.
“요나스 포요넨과는 15살에 만나 지금까지 가장 많은 연주를 했어요. 그와 처음 연주했던 곡도 베토벤이었죠. 또 저의 마지막 국제 콩쿠르였던 2002 ‘파울로 국제 콩쿠르’에서 베토벤 소나타로 좋은 성적을 거두기도 했고요. 탁월한 곡 해석과 깊이 있는 연주로 정평이 난 다재다능한 음악과와 함께 할 수 있어 기쁩니다.”
첼로는 ‘나의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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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 스톰프뮤직
그는 아홉 살 때 서울시립교향악단 협연으로 데뷔해 이화경향 콩쿠르, 한국일보 콩쿠르 등 국내 콩쿠르를 휩쓸며 이름을 날렸다. 1988년 예원학교 2학년 재학 중 미국 줄리아드 예비학교에 실기 장학생으로 입학, 졸업 땐 전체 실기 최고상인 '예술 리더십상'을 받는 등 미국에서도 일찌감치 실력을 인정받았다. 어릴 때부터 한국과 미국에서 재능 넘치는 '스타'로 승승장구하던 그에게 시련이 닥친 것은 줄리아드 음대를 거쳐 영국 유학길에 오르면서다. '클래식 본고장인 유럽으로 떠나라.' 그에게는 아버지 같던 스승 채닝 로빈스가 남긴 이 유언을 좇아 영국으로 건너갔고, 그는 난생처음 음악으로 좌절감을 맛봤다.
"미국에서는 모든 것이 쉽고 수월했는데 유럽에 와 보니 첼로를 잘하는 사람이 굉장히 많았다"며 "그전까지 '스타', '주인공'으로 주목받아 오다 그들의 깊이 있는 소리를 듣고 큰 충격을 받았다"고 회고했다.
“랄프 커시바움 선생님께 바흐 무반주 첼로 모음곡을 배웠는데, 이 곡들을 읽히다가 첼로를 그만둘 뻔했어요. 아무리 해도 원하는 소리가 나질 않았어요. ‘4첼리스트’라는 이름으로 함께 공연하던 친구들이 당시 기숙사 친구들이었는데, 제가 정신이 나간 줄 알았다고 하더군요. 아침부터 밤까지 계속 같은 부분을 연습하고 있었으니까요. 그렇게 10년 동안 첼로에 집중했습니다. 핀란드 시벨리우스 음악원에서 아르토 노라스 선생님께 배울 때 제가 원하는 소리가 처음 나왔습니다. 시간도 정확히 기억해요. 2001년 10월 18일 저녁 10시 경이었죠.“
그는 혹독한 연습을 거듭하며 2001년 대통령상 수상, 2002년 헬싱키에서 열린 ‘국제 파울로 펠로 콩쿠르’ 입상, 잉글리시 체임버 오케스트라와 하이든 콘체르토 협연 실황 녹음, 뉴욕 체임버 오케스트라, 필라델피아 체임버 오케스트라, 도쿄 심포니 등 세계 유수 오케스트라와 협연했다. 특히 2011년에는 국내에서 처음 시도됐을 정도로 흔치 않은 4대의 첼로 구성인 ‘더 포 첼리스트’를 통해 첼로 음색에 대한 탐구에 매진했고, 김정원(피아노), 김수빈(바이올린), 김상진(비올라)과 함께 ‘MIK 앙상블’을 꾸려 국내 실내악 발전에도 기여했다.
그는 심장 가까이에 두고 연주하는 첼로는 단순히 악기가 아닌 ‘영혼이 투영 된 삶의 일부’라고 말한다.
“악보는 마치 ‘지도’와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머리로 지도의 길을 충분히 숙지하고 그 길을 어떻게 갈지는 가슴이 결정하죠. 머리는 차갑고, 가슴은 뜨거워야 좋은 연주를 할 수 있습니다. 첼로는 몸과 밀착해 악기의 울림을 가슴으로 느낄 수 있어 음악을 표현하기에 더 좋은 것 같아요. 저는 첼로를 통해 소리에 이야기와 추억을 담는 ‘소리의 예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그는 “20대에는 궁금한 게 많아 뭐든지 해봐야 직성이 풀리는 시기였고, 30대는 공부가 될 만한 것이 무엇인지 판단하고 바쁘게 움직이는 시기였다”고 한다. 40대에 접어든 지금은 “그동안의 경험과 갈고닦은 음악성을 한데 모아 포장하는 단계에 서 있는 사람인 것 같다”며 “50대엔 바흐를 공부하고 있을 것 같다”고 한다.
“지난해 바흐 ‘무반주 바이올린 소나타와 파르티타’ 전곡을 연주한 정경화 선생님을 찾아뵀어요. 두 시간이 넘는 공연이 끝나고 대기실에 갔더니 “나 너무 수고했지?”라고 아이처럼 말씀하는 선생님을 꼭 안아드렸죠. 일흔이 넘은 나이에 이뤄낸 것을 보며 저는 아직 공부할 수 있는 시간이 더 많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는 지금 탱고, 영화음악 등의 다양한 음악장르와 라흐마니노프, 브람스 베토벤과 슈만까지 클래식 음악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는 재미있는 여행을 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앞으로 더 많은 사람들에게 음악 여행을 안내하는 안내자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해내고 싶어요.”


[송영훈 첼로 리사이틀 - Beethoven & Schumann Joy of Classicism]
일시: 2017년 2월 25일(토) 오후 8시
장소: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글=시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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