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3.03 부산일보 - 푸디토리움의 음반가게] 226. 데이비드 보위 '블랙스타'

  • 날짜
    2017-03-03 11: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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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제59회 그래미 시상식이 열렸습니다. 올해는 총 84개 부문의 후보와 수상자들이 있었지요. 제가 진행하는 심야 라디오에서도 매년 그래미 관련 특집 방송을 합니다. 대부분 주요 수상 부문에만 관심을 가지지만, 사실 클래식부터 팝까지, 그리고 엔지니어링부터 앨범 패킹까지 음악 장르뿐 아니라 음악 산업의 현재 흐름을 엿볼 수 있는, 정말 다양한 부문들이 아주 많습니다. 그래서 그래미 시상식의 전체 부문과 후보를 찬찬히 살펴보는 것은 상당히 흥미로울 때가 많답니다. 제가 라디오에서 그래미 시상식 관련 특집을 꼭 하는 이유가 이것입니다. 각 부문에 대한 여러 시선을 함께 할 때 더 흥미로운 발견과 재미를 느끼게 되는 묘미 말이지요.
2017년에는 올해의 앨범상을 아델이 수상하며 5개 주요 부문을 석권했습니다. 물론 저를 포함한 많은 비욘세의 팬들에게는 아쉬운 소식이기도 했지요. 특히 아델이 수상 소감에서 비욘세와 앨범 '레모네이드'에 대해 무한한 존경과 애정을 표현하는 것은 참 보기 좋던데요. 아델은 수상 소감 이후 트로피를 둘로 쪼개는 퍼포먼스를 보였고, 실제로 비욘세에게 전달했다는 후문도 들리더군요.
사실 많은 미디어에서 경쟁적으로 음악 수상이나 순위를 입사 시험을 보듯 부추기는 풍토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일이 점차 많아지지 않나요. 그에 반해 다양한 부문에서 전 연령대의 음악가들이 폭넓게 함께하는 이런 축제 분위기의 시상식은 솔직히 부럽습니다. 세계적인 두 여성 스타 뮤지션이 보여준 놀라운 앨범들, 그리고 그 수상 덕담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꽤 많다는 생각이 드네요.
그런 의미에서 생각해보면, 저는 사실 올해의 그래미상의 최고의 영예는 데이비드 보위(David Bowie)에게 돌아갔던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데이비드 보위는 작년 암 투병 끝에 69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지요. 당시 정말 많은 음악가와 팬들이 추모와 애도의 뜻을 표했습니다. 글램록의 대부라는 수식어만으로는 절대 그를 설명할 수 없을 만큼 너무나 시대를 앞서간 대중음악가였고, 그의 영향력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입니다.
올해 그래미는 그와 그의 마지막 앨범 '블랙스타(Blackstar)'에게 베스트 록 퍼포먼스, 베스트 록 송, 베스트 얼터너티브 뮤직 앨범, 베스트 레코딩 팩키지, 베스트 엔지니어드 앨범, 비클래식 부문 상의 영예를 선사했습니다. 생전에 단 2개 부문만 수상한 데이빗 보위는 그의 유작으로 총 5개 부문을 석권하게 되었습니다.
블랙스타는 2016년 발매된 그의 25번째 앨범입니다. 마리아 슈나이더와 도니 맥캐슬린 밴드, 드럼 연주자 마크 줄리아나등 뉴욕을 중심으로 미국 재즈를 이끄는 젊은 거장들과 함께한 앨범입니다. 이 앨범을 처음 들었을 때, 어떻게 이 재즈 음악가들과 이렇게 전혀 다른 음악을 내놓을 수 있을까 하는 창의력에 대한 놀라움과 69세의 나이에 이토록 미래를 향해 전진하는 음악적 감각과 진지함을 선사할 수 있는지 부러움이 들었습니다. 그의 팬이든 아니든 모두가 같은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싶은데요. 소위 '클라스는 영원하다'라는 말은 이럴 때 쓰는 말이 아닌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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