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3.17 부산일보 - 푸디토리움의 음반가게] 228. BJ 더 시카고 키드 데뷔 앨범

  • 날짜
    2017-03-17 10:5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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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가장 놀라운 데뷔 앨범 중 하나는 BJ 더 시카고 키드(BJ The Chicago Kid)의 것이 아닐까 합니다. 그는 시카고 일리노이 출신의 싱어송라이터입로, 본명은 브라이언 제임스 슬렛지(Bryan James Sledge)입니다. 정식 데뷔 앨범이긴 하지만, 사실 그의 활동은 그 이전부터 이미 정평이 나 있었지요.
앨범 보도자료에는 BJ 더 시카고 키드의 음악을 일컬어 '포스트 밀레니엄 R&B'라고 얘기하던데요. 저는 이 표현이 상당히 재미있었습니다. 그의 음악은 R&B의 아주 고전적인 멋을 지향하거든요. 젊은 도전과 모험보다는, 오랜 세월 R&B라는 장르가 가진 미덕을 마치 영화 한 편을 보듯 펼쳐 들려줍니다. 그런데 저에게 이 표현이 눈에 들어왔던 것은 오늘날과 미래의 젊은 세대가 오히려 충분히 좋아할 만한 음악들이라고 생각했거든요. BJ 더 시카고 키드의 음악이 제 귀를 잡아당긴 이유도 이런 것이었지요.
요즘 제가 새 음악을 만들면서 가장 관심을 두고 고민하는 부분이기도 한데요, 표현하고자 하는 음악의 장르적 클래식함이 무엇일까 관찰하고 찾아보는데 상당히 많은 시간을 들이고 있습니다. 누군가는 그것이 곧 장르의 관습이나 클리셰를 말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할 수 있는데요, 저는 조금 생각이 다릅니다. 장르의 관습과 클리셰는 해당 장르의 음악을 듣는 이가 받아들이기에 아주 편하게 해줌과 동시에 듣는 순간 그 음악의 장르가 무엇인지 느끼게 해줍니다. 장르 음악의 클래식함을 찾아보는 것은 그 장르가 오랜 세월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동안 변치 않았던 요소들을 하나씩 돌아보는 것이지요.
음악가마다 태어난 시대가 다르고, 자신의 팬들의 세대도 다르잖아요. 그래서 누구는 이미 유행이 지난 옛날 음악을 하듯 느껴지고, 또 누구는 지금 유행하는 가장 트렌디한 음악을 하듯 느껴지기도 하는 것이겠지요. 그런데 음악을 만드는 사람의 측면에서 보면, 유행이 지난 음악과 오늘날 유행하는 음악 사이의 경계를 허무는 것은 가능합니다. 세대가 지나도 변치 않고, 우리 모두가 사랑하는 장르의 요소가 분명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저는 그것을 장르의 클래식함이라고 주위 사람들에게 얘기하곤 하는데요, 유행을 좇는 행위라기보다는 장르에 대한 깊이 있는 애정과 관심이 바탕이 되어야 하는 일이지요.
그래서인지 BJ 더 시카고 키드의 음악은 요즘 유독 저를 더 많이 공감하게 합니다. 음악이 청중들과 소통할 수 있는 것은 언제나 그러하듯 결국 음악가의 나이나 음악의 나이가 아니었던 것이지요. 이 앨범에서 제가 가장 손꼽는 곡 '터닝 미 업'은 이러한 믿음에 더욱 힘을 주는 음악이기도 해요. pudditoriu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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