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4.14 부산일보 - 푸디토리움의 음반가게] 232. 영화 '어느날' OST

  • 날짜
    2017-04-14 13:4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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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디토리움의 음반가게] 232. 영화 '어느날' OST

벚꽃 지는 이 계절에 어울리는, 슬프지만 따스한 음악

1년 중 시내를 걷는 것이 가장 즐거울 때입니다. 봄날의 기운이 가득 차고 아름다운 벚꽃이 만개하는 시기잖아요. 최근 개봉한 영화 '어느날'은 지금 계절에 참 잘 어울립니다. 영화를 보고 영화관을 나와 벚꽃길을 걷노라면 왠지 모를 따스함이 전해지거든요. 제가 오랜만에 영화음악을 맡은 작품이기도 합니다. 영화는 아내의 죽음으로 실의에 빠진 삶을 보내는 보험회사 직원인 강수가 보험사고로 혼수상태가 된 시각장애인 미소의 영혼을 볼 수 있게 되면서 전개되는 이야기입니다.
영화음악의 주를 이루는 악기는 피아노입니다. 솔로 피아노가 영화 내내 대부분 음악을 관통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 콘트라베이스가 함께하는 피아노 퀸텟의 구성이 곁들여지고, 스트링 오케스트라가 함께 하기도 합니다. 이번 영화음악에서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은 정확함과 명료함이었습니다. 단순히 듣기 좋은 음악을 떠나, 장면에 가장 정확한 멜로디와 소리를 만드는 것이 어떤 것인지 진지하게 고민해보고 싶었거든요.
그래서인지 이 영화는 과정 내내 대부분 음악과 음향이 함께 머릿속에서 떠올랐습니다. 주요 감정 장면에서 인물의 울음이나 대사 등 영화 내 공간과 인물의 소리가 사라지기도 하고 다시 나오기도 합니다. 음악과 함께 주고받듯이 전개되는 이러한 음향 설정은 작곡과 동시에 진행했던 것이지요.
악기의 구성은 단순하지만, 다양한 색깔을 가지길 원했던 것도 이런 명료함과 정확함에 관한 고민에서 비롯됐습니다. 피아노 소품들이 이어지지만, 실제 음악의 본바탕은 클래식, 얼터너티브, 재즈, 그리고 록 장르에서 가져오려고 했어요. 심지어 후반부에는 현대음악이 등장해요. 이렇게 이질적인 장르가 섞이지만 이질적이지 않고 명료하게, 단순한 구성의 음악이지만 여러 장르를 변주하려고 했습니다. 슬픔이라는 감정의 흐름을 끝까지 균형을 잃지 않고 다양한 방법으로 유지하는 것이 가장 큰 음악적 과제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모든 작업이 끝나고 많은 곡 중에서 OST를 위한 25개의 음악을 골랐습니다. 다시 편집본과 함께 음악을 들으며 트랙 순서를 정했지요. 그러고는 각각의 곡에 하나씩 이름을 붙였습니다. 곡 제목을 소리 내어 읽어보면 다음과 같은데요. 귀로는 음악을, 그리고 눈으로는 소박한 시 한 편을 읽듯, 음반을 듣는 분들과 이 봄을 함께 하고 싶은 작은 바람을 담아 봅니다.
봄 처마 밑/당신의 그림자를 따라 벚꽃잎이 내린다./봄비는 꽃잎을 머금은 채/함께할 수 없는 집 지붕 위로 기억의 연(鳶)이 날리고/조약돌 한가득 길모퉁이를 돌아/이제야 비로소 당신을 마주합니다/새벽 도로를 향한 영원(永遠)의 물고기 끝이 보이지 않는 바닷길 옆 병실의 밤/어두움을 마주하고 '안녕' 오랜 작별을 건넨다/어느 날/멈추어진 봄밤 달빛 바다 다시 벚꽃잎이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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