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4.28 부산일보 - 푸디토리움의 음반가게] 234. 에마누엘 엑스와 파블로 지글러

  • 날짜
    2017-04-28 18:0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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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대의 피아노로 뿜어내는 피아졸라 음악의 강렬한 리듬

 
옛 속담에 '종잇장도 맞들면 낫다'라는 말이 있는데요, 음악에서는 꼭 그런 것만은 아닙니다. 같은 종류의 악기가 하나 둘씩 모여 더 풍성한 앙상블을 만들 때도 있지만 악기의 특성상 그것이 오히려 음악을 해치는 경우도 많거든요.
좋은 예가 피아노입니다. 피아노 독주는 가장 흔한 풍경입니다. 두 대 혹은 세 대의 피아노 등을 위한 연주, 음악이 물론 존재하지만 독주만큼 접하기 쉬운 광경은 분명 아닙니다. 악기 자체가 워낙 음악의 광범위한 면들을 포괄할 수 있는 악기인 탓에 피아노를 위한 곡들과 연주는 하나의 피아노에 집중되어 왔습니다. 그것이 가장 현명한 선택이라는 것을 오랜 세월이 실제로 입증해오고 있기도 합니다. 그러나 피아니스트 에마누엘 액스(Emanuel Ax)와 파블로 지글러(Pablo Ziegler)가 함께한 1997년 앨범 'Los Tangueros'는 이러한 생각을 여지없이 뒤흔들지요.
액스는 줄리어드 음대의 교수이자 그래미상을 받은 피아니스트입니다. 현재 뉴욕에서 거주하며 다양한 음악적 관심과 그 범위를 넓히며 활동을 이어가고 있죠. 현존하는 클래식 피아니스트들 중 아주 다채로운 레퍼토리를 다루어 온 것으로 정평이 나 있습니다. 첼리스트 요요마를 비롯해 바이올리니스트 아이작 스턴과 제이미 라레도와 협연하기도 했지요 최근에는 작곡가 존 아담스나 크슈쉬도프 펜데레츠키등 현대 작곡가들의 음악을 다루고 있기도 합니다. 실내악에 관한 그의 활동을 지켜보는 것도 아주 큰 재미가 있습니다.
지글러 역시 뉴욕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피아니스트입니다. 특히 탱고에서 그는 빼 놓을 수 없는 아주 중요한 인물입니다. 지글러는 피아졸라의 1989년 은퇴까지 피아졸라 밴드의 피아니스트 였습니다. 그리고 피아졸라 은퇴 이후 피아졸라의 탱고 앙상블인 'Conjucto 9'을 개편해 직접 이끌어 가기도 했습니다. 지글러 밴드의 공연을 보고 있으면 '맞다 피아졸라의 음악은 이런거였지'라는 생각을 갖게 합니다. 국내 초연 당시 저도 지글러의 공연을 보며 무척 인상 깊었습니다. 피아졸라 본래의 음악에 무척 충실했기 때문이기도 하고요 동시에 만약 피아졸라가 지금도 현존했다면 이런 방향의 연주를 하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Los Tangueros'는 피아졸라의 너무도 아름다운 음악들을 이 두 피아니스트가 듀오로 녹음한 앨범입니다. 그리고 제가 가장 좋아하는 탱고 앨범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비록 두 개의 악기지만 그 어떤 오케스트라가 함께하는 것보다 강렬한 에너지로 넘치거든요. 이 막강한 에너지는 듣는 이를 오히려 아주 여유롭게 만들어 주기까지 하지요. 그 유명세 만큼 곱게 다듬어져 온 누에보 탱고의 열정적 리듬은 이 두 거장의 연주에서 다시 거칠게 살아 납니다. 피아노라는 두 대의 악기가 중복됨으로서 자칫 산만해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는 이미 잊혀진지 오래고요. 저도 모르게 말이 터져 나오더군요. '그래 맞아! 이게 피아졸라 음악의 바이브(vibe)인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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