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6.16 부산일보 - 푸디토리움의 음반가게] 240. 푸디토리움

  • 날짜
    2017-06-16 17:19:29
  • 조회수
    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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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소개할 앨범은 음반가게 주인의 것입니다"

음반가게의 첫 연재를 2012년 6월 7일 시작해 어느덧 꽉 채운 5년이 되었습니다. 부산일보 독자들과 만났던 시간이 벌써 이렇게나 흘렀습니다. 그리고 이 칼럼은 제 삶의 아주 소중한 부분이 되었습니다. 그 이유는 좋은 음반을 독자들과 함께 하는 기쁨도 기쁨이지만, 무엇보다 이 시간을 나와 다른 삶을 사는 타인과 나눌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한 장의 음반이 누군가의 삶의 한가운데에 영원한 추억이 되듯, 음반가게 역시 독자들과 저의 삶에 그러한 추억으로 남는다면 그보다 값진 일이 또 있을까요.
아쉽게도 이번 주 240회째 칼럼을 끝으로 음반가게의 문을 닫으려 합니다. 동시에 또 다른 인연으로 독자들을 다시 만날 날이 올 거라 믿고요.
마지막 회 이야기는 푸디토리움의 'Avec(아베크)'입니다. '아베크'는 올해 4년 만에 선보인 푸디토리움의 공식 새 음악입니다. 그러나 그동안 제가 내놓았던 음악 형태와 다릅니다. 무엇보다 정규 앨범을 고집해 왔던 제가 싱글 형태의 발매를 선택했고, 음악 자체도 샘플링이나 리믹스의 형태였기 때문이지요.
사실 저와 같은 음악인에게 이러한 선택은 음악 자체를 떠나 많은 고민을 던져 줍니다. 자신이 만들고 있는 음악의 변화가 자신에게 자연스럽게 다가왔고, 또 실제로 저의 음악은 이미 조금씩 변화하고 있었지만, 이런 변화에 대한 알 수 없는 두려움이 있었거든요. 아마 우리 모두 삶의 어떤 시점에서 변화에 대한 갈망과 이에 대한 두려움을 동시에 느낀 경험이 있지 않던가요.
실제 연주자들의 레코딩도 포함되었지만, 많은 부분 신스와 샘플 등 현대 음악 기술을 통해 구현했습니다. 또 저 혼자가 아닌, 제가 좋아하는 동료 음악가와 본격적인 협업을 처음 시작한 것이기도 하고요. 이탈리아에서 제작된 뮤직비디오 역시 음악과 영상의 흐름이 함께 서로를 향해 있어야 한다는 생각에 오랜 기간 소속사와 기획, 제작했습니다. 미술관에서 회화를 감상하듯 음악과 작품을 함께 느끼는 경험을 만들고 싶었거든요.
후반 작업을 뉴욕과 런던의 스튜디오에서 테이프와 아날로그 기기를 이용했던 것도 과거와 미래 그리고 현재라는 긴 시간을 동시에 포함하고 싶은 푸디토리움 음악의 변치 않는 콘셉트만은 남겨 두고 싶었기 때문이었죠. 그리고 지금 '아베크'는 제 새 음악의 첫 시작이자 신호탄이 되어 주었습니다. 푸디토리움의 새 음악들은 한창 진행 중이고요.
고백하자면, 제가 기대와 두려움을 예전과 달리 희망적으로 포용할 수 있게 된 것은 지면을 통해 만났던, 이름을 알 수 없는 수많은 독자와 여전히 나눌 수 있다는 믿음 덕분이었습니다. 어디에선가 삶에 대한 고민과 희망을 함께 느끼며 앞으로 나아가고 있을 음반가게의 독자들에게 영원히 감사할 수밖에 없는 것도 그런 이유일 테지요.
이 칼럼을 읽어 주시고 함께 해 주신 여러분께 진심으로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함께 고생해주신 부산일보에도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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