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7.20 동아일보]성악가 부부가 들려줄 사랑의 노래는?

  • 날짜
    2021-07-21 13: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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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길을 가는 사이에 일 얘기는 금기라고요? 저희는 하루 대화의 4분의 3을 음악 얘기로 채웁니다. 하하.”(최원휘·테너)


테너 남편과 소프라노 아내(홍혜란). 세계를 무대로 활동 중인 부부가 한 무대에서 유럽 가곡과 한국 창작 가곡을 노래한다. 24일 오후 5시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에서 공연하는 ‘러브 앤드 라이프―사랑과 삶을 노래하다’ 콘서트. 피아니스트 백혜선이 함께한다.


두 사람은 한국예술종합학교 동기생으로 만났다. 1980년생인 최 씨가 한 살 많다. 대학 1학년 가을에 사랑을 싹틔웠다. “일찍 알게 되어 함께 음악하기 수월했어요. 더 늦게 만났으면 서로의 색깔이 부딪쳤을지 모르죠.”(홍) 졸업하고 미국 유학을 준비하며 결혼식을 올렸다.


반주를 맡은 피아니스트 백혜선은 두 사람의 ‘인생 멘토’다. “유학 생활 초기, 백 선생님께서 지휘자로 계신 한인교회에서 부지휘자와 솔리스트를 맡아달라고 하시더군요. 그 뒤 10년 넘게 저희의 음악적 성장을 지켜보시고, 중요한 순간마다 꼭 필요한 조언을 해주셨죠. 음악가, 선생, 어머니로서의 역할에 모두 최선을 다하시는 삶 자체도 큰 가르침이었어요.”(홍)


각각 미국 줄리아드 음대(홍)와 매네스 음대(최)를 졸업한 뒤 미국과 유럽 무대를 오가며 활동했다. “멋있게 느껴졌죠. ‘자기 독일 공연 보러 갈게’ ‘러시아에서 하는데 올래?’ 하지만 장기적으로 함께 활동하는 무대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번 콘서트도 그런 생각에서 꾸몄죠.”(최)


졸업 직후 ‘꿈의 무대’로 불리는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에 발탁된 홍 씨는 2011년 벨기에 퀸엘리자베스 콩쿠르의 문을 두드렸다. “준비 시간이 부족했어요. 실패할 것 같다고 했더니 남편이 ‘비행기표도 끊었는데 다녀오라’며 등을 떠밀었죠.”(홍) “인터넷으로 전 과정을 지켜보았습니다. 시상식에서 먼저 아내 이름을 부르더군요. 그래서 수상자 중에선 하위 등수인줄 알았는데 화면을 보니 그런 표정이 아니었어요. 우승이었어요! 친구들과 소리를 지르며 기쁨을 나눴죠.”(최)


최 씨는 지난해 2월 메트로폴리탄에 베르디 ‘라 트라비아타’ 주인공 알프레도 역으로 데뷔했다. 당일 출연하려던 테너가 컨디션 이상을 일으켜 바로 투입됐다. “전화를 받았는데 ‘혜란아, 오늘이야’ 하더군요. 그동안 메트 데뷔를 위해 얼마나 꿈꾸고 노력했는지 알기 때문에 눈물이 주룩 흘렀어요.”(홍)


홍 씨는 2019년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로 임용됐다. 세계를 무대로 뛰는 부부이지만 기반은 서울로 옮겼다. 결혼 14년 만인 지난해 5월 딸이 태어났다. 노래를 잘할까? 두 사람은 “엄마가 발성연습 하는 걸 벌써 흉내 내요”라며 웃었다.


이번 콘서트에서 홍 씨는 슈만의 가곡집 ‘여인의 사랑과 생애’를 노래한다. 여성이 사랑을 만나 결실을 맺고 남편과 사별하기까지를 그렸다. 최 씨는 리스트의 ‘페트라르카 시에 의한 소네트’ 세 곡을 노래한다. 상대를 이상화(理想化)한 사색적인 사랑이 담겼다. 마지막 무대는 작곡가 김신에게 의뢰한 ‘김소월의 세 개의 시에 의한 가곡’이다. 첫 곡 ‘첫사랑’은 소프라노, 둘째 곡 ‘님의 노래’는 테너, 셋째 곡 ‘못잊어’는 듀오를 위해 작곡됐다. 최 씨는 “만남은 어떤 형태든 이별로 끝난다. 그 이별까지도 영원을 부여해 표현한 곡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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