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2.4 연합뉴스] 윤홍천 "짐싸서 기차에 딱앉는 기분으로 리사이틀 오세요"

  • 날짜
    2015-02-05 10: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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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http://www.yonhapnews.co.kr/bulletin/2015/02/04/0200000000AKR20150204164700005.HTML?input=1195m
윤홍천 "짐싸서 기차에 딱앉는 기분으로 리사이틀 오세요"
내달 국내 첫 피아노 리사이틀 "마음 움직이는 음악 하고 싶어요" (서울=연합뉴스) 김정은 기자 = "저는 머리와 마음이 있다면 마음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저 역시 마음을 움직이는 음악가가 되고 싶어요."
지휘 거장 로린 마젤에게 발탁돼 지난해 12월 독일 뮌헨필하모닉과 협연을 성공적으로 마친 피아니스트 윤홍천(33)이 내달 고국에서 첫 피아노 리사이틀을 한다.
독일 뮌헨에 살면서 유럽을 주무대로 해온 그는 한국에서는 2011년부터 공식 활동을 시작했지만, 주로 강의나 이야기를 곁들인 형식이었고 리사이틀은 이번이 처음이다.
부산국제음악제 참여차 한국에 들어온 그를 지난 3일 예술의전당에서 만났다.
"국내 첫 리사이틀이라서 프로그램에서 포스터까지 하나하나 신경을 많이 썼어요. 특히 이번엔 주제를 '방랑'으로 잡았어요. 원래 좋아하는 단어이기도 하고요, 그동안 제가 꿈꿨던 것이 정확히 어떤 것인지 잘 몰랐는데 작년부터 저의 길이 좀 보이더라고요. 그래서 새로 시작한다는 마음을 담아 떠남과 작별을 이야기해보기로 했죠."

첫 번째 곡 바흐의 '사랑하는 형과의 작별에 부치는 카프리치오 BWV 992'와 마지막 곡 슈베르트의 '방랑자 환상곡'을 먼저 정하고 중간에 모차르트 소나타 KV 310, KV 280, 슈베르트-리스트의 '송어'와 '봄밤'을 넣었다.
특히 바흐의 곡은 그가 뮌헨필하모닉 협연 때 타계한 로린 마젤을 생각하며 앙코르곡으로 치려다 만 곡이다. 지난해 7월 세상을 뜬 로린 마젤과의 인연과 감사의 마음을 혼자 간직하고 싶어서다.
"사실 이 곡은 작년 가을에 처음으로 연주했어요. 여름에 연습하고 있던 중에 마젤 선생님이 돌아가셨죠. 이후에도 이 곡을 연습할 때면 가슴이 뭉클해요. 연습할 때 마젤 선생님에 대해 많이 생각했던 것 같아요."
윤홍천은 2013년 뮌헨 필하모닉을 이끌고 있던 마젤에게 데모 음반을 보내고 오디션을 요청했다. 마젤은 흔쾌히 수락했고, 오디션을 지켜본 후 지난해 함께 무대에 서기로 했었다.
"공연 전에는 잘 해야한다는 부담감이 좀 있었어요. 하지만 제가 꿈꿨던 무대에 누구의 도움도 안 받고 그렇게 섰다는 것이 기뻤죠. 자신감도 생기고 앞으로 계속 이런 좋은 무대에 서야겠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뮌헨필하모닉 단원들도 좋았다며 다음에 또 기회를 만들자고 했죠. 마젤 선생님이 함께 했으면 더 좋았겠지만요."
이번 리사이틀 마지막 곡인 '방랑자 환상곡'은 19세에 독일로 간 윤홍천에게 뒤늦게 슈베르트의 진가를 알게 해준 연가곡 '겨울나그네'의 탄생을 예고한 곡이다.
"독일에 가서 제일 처음 얻은 수확은 슈베르트를 좋아하게 된 것이에요. 미국에 있을 때는 굉장히 지루한 음악이라고 생각했어요. 소나타가 45분씩 걸리고 하잖아요. '이것이 그렇게 대단한 것인가?' 싶었죠. 그런데 독어를 배우면서 '빈터라이제'(겨울나그네)를 처음으로 가사를 보면서 읽는데 갑자기 확 와닿더라고요. '방랑자 환상곡'은 '빈터라이제' 보다 훨씬 전에 쓴 곡이지만 나중에 슈베르트가 '빈터라이제'를 쓰게 될 것이라는 느낌이 전달되는 곡이죠."

그가 최근 천착하는 모차르트 소나타 중 2곡도 한국에서 처음으로 선보인다.
그는 2013년부터 독일 음반사 '웸스'와 5년에 걸친 모차르트 피아노 소나타 전곡 녹음 프로젝트를 이어가고 있다.
"이번 리사이틀은 제가 얼마나 잘 치나 보러 오시기보다 여행하는 느낌으로 오셨으면 좋겠어요. 집에서 막 짐을 싸서 나와 기차에 딱 앉은 그런 기분으로요."
윤홍천은 올해부터 2년간 하이델베르크 극장의 상임 피아니스트로도 활동한다. 국내의 동료 피아니스트들과 함께하는 무대 '8인의 파이니스트' 콘서트도 예정돼 있다.
"저는 카라얀보다 번스타인 같은 음악가가 되고 싶어요. 카라얀이 자기 안에 있다면 번스타인은 청중과 소통하는 느낌이죠. 또, 누군가 제게 최고의 바이올리니스트를 꼽으라면 하이페츠라고 답하겠지만, 가장 좋아하는 바이올리니스트를 묻는다면 오이스트라흐라고 답할 거에요. 오이스트라흐의 연주가 완벽하지 못해도 우리 마음을 움직이기 때문이죠."
kj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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