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2.24 세계일보] “어느 방랑자의 긴 여정… 따뜻한 봄날 함께 떠나요”

  • 날짜
    2015-02-24 21:3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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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http://www.segye.com/content/html/2015/02/23/20150223004636.html?OutUrl=naver
“어느 방랑자의 긴 여정… 따뜻한 봄날 함께 떠나요” 3월 28일 국내 첫 리사이틀 여는 피아니스트 윤홍천
독일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피아니스트 윤홍천(33)이 국내에서 첫 리사이틀을 한다. 대화나 강연을 곁들인 공연은 여러 차례 했지만 독주회는 이번이 처음이다. 내달 28일 열리는 공연 제목은 ‘방랑자’다. 공연에 앞서 전화로 먼저 만난 그는 “방랑이라고 하면 방황과 착각하는 듯한데, 방랑의 의미는 떠남과 변화인 것 같다”고 말했다. 봄의 시작인 3월에 어울리는 해석이다.
‘윤홍천’이란 이름 석자는 음악팬이 아닌 대중에게는 덜 알려져 있다. 화려하게 각인될 대형 콩쿠르 입상 소식이 적어서다. 대신 그는 연주와 음반 중심으로 활동해 보수적인 유럽 시장에서 인정받았다. 2011년 낸 슈베르트 후기 소나타 음반은 현지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같은 해 독일 바이에른주 문화장관은 그에게 젊은예술가상을 수여했다. 최근에는 독일 음반사 웸스와 5년에 걸친 모차르트 피아노 소나타 전곡 녹음을 진행 중이다. 올해는 하이델베르크 극장 상임 피아니스트로도 활동한다.
피아니스트 윤홍천이 떠남과 변화를 의미하는 ‘방랑’을 주제로 국내 첫 리사이틀을 연다. 스톰프 뮤직 제공
그가 자신의 연주가 담긴 데모CD를 거장 로린 마젤에게 보내 협연자로 발탁된 일화는 유명하다. 그는 이렇게 성사된 뮌헨필하모닉과의 협연을 지난해 12월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아무리 잘하는 오케스트라여도 서로 안 맞으면 오히려 지휘자가 방해가 될 때”도 있지만 뮌헨필과는 호흡이 척척 맞았다.
“협연을 마치니 ‘끝났다’는 마음도 있었지만 이제 시작이라는 생각이 더 컸어요. 뮌헨필과 협연이 일회성 공연에 그치면 안 될 것 같았어요. 제가 했던 연주 중 가장 중요하고 의미가 컸던 공연이잖아요. 매번 이렇게 준비하면 내가 남아나지 않겠다고 우스갯소리를 할 정도로 연습했어요. 한 번 해봤으니, 앞으로 기회가 또 생기면 아무렇지 않게 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그는 1995년 예원학교에 수석 입학해 14세 때 미국으로 건너갔다. 크고 작은 무대를 경험하며 어느덧 30대가 됐다. 요즘은 “20대에 열심히 붓을 만들어 30대부터 그림을 그린다”는 한 인터뷰 기사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그는 “지금까지 피아니스트로서 준비 작업을 했다면 이제는 정말 하고 싶은 걸 할 수 있게 됐다”며 “열매를 따는 것 같다“고 밝혔다. 이번 공연은 그의 이런 여정을 지켜볼 수 있는 자리다.

첫 곡은 바흐의 ‘사랑하는 형과의 작별에 부치는 카프리치오’, 마지막 곡은 슈베르트의 ‘방랑자 환상곡’이다. 보내는 이의 마음과 떠나는 사람의 마음으로 공연을 열고 닫는다. 음반 작업을 한 모차르트 소나타 KV310, KV 280도 들려준다. 이와 함께 리스트가 편곡한 슈베르트 ‘송어’, 슈만 ‘봄밤’을 연주한다. 관객이 하나의 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공연을 짰다.
“슈베르트 가곡에 ‘방랑’이라는 단어가 많이 나와요. 그가 이 단어를 좋아했구나 싶었어요. ‘방랑자 환상곡’은 슬프고 고뇌에 찬 젊은이의 모습을 담았지만 4악장으로 넘어가면서 화려하고 밝게 끝나요. 슈베르트가 ‘방랑’에서 마음 둘 곳 없는 떠돎이 아니라 미래로 나아가는 기대에 찬 모습을 잡아낸 게 아닐까요.”
슈만의 가곡 제목인 ‘봄밤’에도 독일어로 ‘동경’의 뜻이 담겨 있다. 윤홍천은 “긴 겨울을 마치고 내일을 기대하는 밤의 느낌”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연주장을 찾을 관객에게 “지금의 저를 평가하기보다 제가 피아니스트로 발전하는 데 관심을 갖고 동행해주면 좋을 것 같다”고 당부했다.
“공연 콘셉트가 방랑·여행이에요. 제 연주를 보는 것보다 음악을 좋아하시는 분들이 많이 와주셨으면 좋겠어요.”
송은아 기자 se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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