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5.24 매일경제] "15년 전 뉴욕行…그때 약속 지켰죠"

  • 날짜
    2021-05-25 14:3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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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가 12곡 담긴 음반 발표 홍혜란·최원휘 부부

뉴욕 메트 무대 꿈 좇아
결혼 직후 무작정 미국行
소프라노 아내는 2011년
테너 남편은 작년 메트 데뷔

한예종 동기로 20년 한길

 


대학에서 함께 성악을 전공한 부부는 결혼과 동시에 무작정 미국으로 떠났다. 오라는 곳은 없었다. 그저 어릴 적부터 동경했던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하우스(메트) 무대에 서고 싶다는 꿈에 이끌렸다. 미국에서 일단 어학연수를 하며 유학을 준비했고 아내는 줄리아드음대, 남편은 매네스음대에 각각 진학했다. 프로페셔널 성악가가 된 뒤 부부 모두 메트 무대에 올라 노래를 했다. 꿈을 이룬 부부는 15년 전 공항에서 함께 기도하며 한 약속을 떠올렸다. "우리가 나중에 성공해서 함께 음반을 내게 되면 찬송가로 된 음반을 내자."


부부 성악가 소프라노 홍혜란(39·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과 테너 최원휘(40)가 지난달 함께 노래한 성가 12곡을 담은 앨범 '더 프라미스(The Promise)'를 냈다. 성가 음반이라고 하지만 '어메이징 그레이스' '주 예수보다 귀한 것은 없네' 등 전 세계적으로 널리 불리는 스탠더드 곡들이 대부분이라 신앙과 관계없이 감상할 수 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성악과 동기동창으로 만나 20년간 한길을 걸어가고 있는 홍혜란·최원휘 부부를 지난 21일 서울 양재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2006년 결혼 직후 미국으로 출국을 앞두고 인천공항에서 함께 손잡고 꿈꿨던 음반이에요. 지난 15년간 타지에서 공부하고 성악가로 활동한 시간을 돌아보니 초월적 존재가 우리 부부의 삶에 존재했다는 걸 느낄 수 있었어요. 신앙이 있지 않더라도 들으면 누구에게나 힘이 되는 음반이 될 거라고 생각해요."


홍혜란·최원휘 부부는 2001년 한예종 합격 후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에서 처음 만났다. 결혼 후 부부가 함께 미국으로 떠났다고 하면 사람들은 으레 '집안 형편이 넉넉한가 보다'라고 생각하게 마련이다. "저희 부부의 집안은 평범해요. 미국 생활 초반 몇 달 정도야 도움을 받을 순 있었지만, 결국 저희 부부가 생활을 꾸려나가야 했죠. 뉴욕에서 공부하는 동안 집세를 아끼느라 이사를 10번이나 다녔어요. 맨날 햄 한 장, 치즈 한 장 넣은 샌드위치를 싸서 학교로 갔죠. 그래도 그저 즐거웠어요. 안정보단 꿈을 찾아 기꺼이 모험을 택하는 성향이 같았죠."


홍혜란은 줄리아드음대 졸업과 동시에 꿈의 무대인 메트 오페라에 발탁돼 '맥베스'로 데뷔한 이후 '피가로의 결혼' '마술피리' '사랑의 묘약' 등 인기 오페라에 출연했다. 또 2011년 세계 3대 콩쿠르로 꼽히는 퀸엘리자베스콩쿠르에서 성악 부문 아시아인 최초로 우승했다. 아내가 앞서나간 반면 남편은 대기만성형이었다. 미국과 유럽을 오가며 다양한 오페라 작품의 주역을 맡아 점차 실력을 인정받은 그는 지난해 2월 메트 측에서 갑작스러운 전화 한 통을 받았다.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의 남자 주인공인 알프레도 역에 서달라는 것이었다. 원래 예정된 가수의 컨디션이 갑자가 악화된 것이었다. 당시 코네티컷에 머물던 최원휘는 2시간여 차로 달려 뉴욕에 도착해 무대에 섰다.


"한국에 있던 아내에게 전화를 걸어 '여보, 나 오늘 메트에서 노래해'라고 말하니 아내가 펑펑 울더군요."


"남편한테 대기실에 휴대전화를 켜놓고 가라고 했어요. 전화기로 남편이 노래하는 소리를 실시간으로 듣는데 눈물이 멈추지 않았어요. 남편이 얼마나 메트 무대를 꿈꿨는지 알고 있었거든요." 지난 10여 년간 세계 무대를 누비며 활동했지만 정작 부부가 함께한 시간은 많지 않았다. 성악가로서의 꿈은 이뤘지만 가족의 소중함을 잊고 있는 건 아닌지 하는 고민은 커져만 갔다. 그러던 중 지난해 6월 첫아이가 태어났다. "2018년 친정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가족이 보이기 시작했어요. 이제까지 저희의 꿈만 좇아 살았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이제 한국에서 가족이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가족과 음악 사이에 균형을 찾고 싶어요. 아이와도 함께 시간을 보내야 하고요. 저희 음악 인생의 새로운 막이 열린 것 같아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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