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5.3 뉴시스] [리뷰]피아노 배틀, 클래식의 기품·록의 흥분·힙합의 에너지

  • 날짜
    2015-05-06 10:4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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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http://www.newsis.com/ar_detail/view.html?ar_id=NISX20150502_0013638145&cID=10702&pID=10700
 
 
[리뷰]피아노 배틀, 클래식의 기품·록의 흥분·힙합의 에너지

 

 

폴 시비스·안드레아스 컨, '피아노 배틀' 검투사(사진=스톰프뮤직) 2015-05-03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피아노 배틀'하면, 영화 '말할 수 없는 비밀'(2007)이 떠오른다. 쇼팽의 에튀드(연습곡) 5번 G플랫 장조 '흑건' 등으로 피아노 실력을 겨루는데, 학생들의 대결이지만 긴장감이 넘치고 감탄이 나온다. 

'피아노 검투사'인 독일 피아니스트 안드레아스 컨(Andreas Kern)과 폴 시비스(Paul Cibis)가 2일 오후 서초동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벌인 '피아노' 배틀은 한층 더 다이내믹하고 유머러스했다. 

청중이 심사위원이 된다는 점이 특기할 만하다. 프로그램을 알지 못한 채 공연장에 입장하는 청중은 컨과 시비스의 대결 라운드가 끝날 때마다 앞과 뒤가 흑과 백으로 표시된 투표 용지를 들어 바로 승자를 가려냈다. 

'백' 컨의 연주는 공격적이고 역동적이었다. 손 뿐만 아니라 발까지 사용한다. 재기발할하다. 그에 반해 '흑' 시비스의 연주는 고전적이고 좀 더 우아함에 초점을 맞췄다. 키가 188㎝에 달라는 그는 좀더 멋스럽다. 

첫 번째 라운드는 시비스가 쇼팽의 에튀드 작품번호10 제12번 c단조 '혁명', 컨이 스크랴빈의 '에튀드 작품번호8 제12번 d#단조'를 들려줬는데 2000여 청중은 좀 더 역동적인 컨의 손을 들어줬다. 

좀 더 부드러운 곡들을 들려준 2라운드 대결에서는 컨이 슈베르트의 즉흥곡 작품번호90 제3번, 시비스가 드뷔시의 베르가마스크 모음곡 제3번 '달빛'을 선보였다. 좀 더 차분한 연주를 선보인 시비스가 승자. 

그렇게 청중이 참여하는 '탁구 게임' 라운드까지 합쳐 총 7라운드까지 대결이 펼쳐졌다. 마지막 라운드는 무소르스키의 전람회의 그림을 똑같이 연주하는데, 눈을 가리고 피아노를 치는 '블라인드 연주'도 선보였다. 

내내 컨과 시비스의 기 싸움이 대단했다. 공격적이나 할퀴는 것이 아닌, 재치 있게 물고늘어지는 것이 웃음을 자아냈다. 컨이 8세부터 피아노를 시작했다고 하자, 시비스가 그래서 초등학교 3학년 때 유급을 당한 것이냐 놀리면서 응수한다. 시비스가 스승과 주고 받았던 철학적인 이야기를 전하자, 컨은 그 사이 자신은 피아노 연습을 열심히 했다며 맞받아친다. 

청중에게 표를 호소할 때가 정점이다. 클래식 음악을 다루는 양가적인 태도를 자연스레 논한다. 시비스는 클래식의 고전적인 요소를 중시하는 반면, 컨은 도전적이며 조금은 엔터적인 클래식을 지향한다. 

청중들은 연주를 즐기고, 승자를 가리는 것에 몰두하는 사이 자신도 모르게 클래식에 대한 화두를 접하고 저마다의 방식으로 클래식을 즐기는 방법을 터득하게 된다. 대중음악의 공세로 기를 피지 못하고 있는 한국 내 클래식 시장에 대한 성찰도 자연스레 더해진다. 

거장의 아우라가 느껴지는 무대는 당연히 있어야 하지만, 이처럼 측면을 건드려 클래식의 맛을 알게 하는 것도 필요하다. 클래식 음악의 기품, 록의 흥분, 힙합의 에너지가 한번에 느껴지는 무대였다. 

대결 뒤에는 한국 팬에 대한 서비스이자 앙코르로 '아리랑'과 신해철이 이끈 '무한궤도'의 '그대에게'를 들려줬다. 컨은 열심히 연습한 듯한 한국말로 직접 노래도 불러 호응을 이끌어냈다. 

이날 승자는 네개 라운드를 거머쥔 백의 컨. 그러나 패자는 없었다. 공연이 끝나고 로비에서 벌인 사인회에서 두 사람 모두 '아이돌 스타'를 방불케 했다. 

realpaper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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