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12.31 부산일보] 펜데레츠키 - 일상의 소리로 들어보는 거장의 울림

  • 날짜
    2015-01-05 19:3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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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http://news20.busan.com/controller/newsController.jsp?newsId=20150101000031
▲ 폴란드 출신으로 울림이 멋진 펜데레츠키 음반 표지. 김정범 제공
오늘의 음반가게는 부산이 아닌 체코 프라하에서 보냅니다. 영화 오케스트라 녹음을 위해 저는 이곳까지 오게 되었네요. 상당히 많은 수의 음악 작업에 국내뿐 아니라 외국 여러 아티스트들이 참여를 하는 거라 무척이나 할 것이 많으리라 예상했습니다. 그런데 제가 예상했던 것보다 할 것들이 더 많네요. 프랑크푸르트 공항에서 감기약과 초콜릿 한 봉지를 산 것 이외에는 아직 밖으로 나가 무엇인가를 해보지도 못하고 있으니까요.
제가 있는 곳은 프라하의 중심지가 아닌 체코 국립 오케스트라가 있는 프라하의 외곽지역으로 무척이나 조용하고 사람의 왕래가 없는 동네입니다. 그래서 무엇인가에 집중하기에는 상당히 좋은 여건이지만, 너무 인기척이 없어 밤에는 최소의 소음은 삶에서 필요하구나를 다시금 깨닫게 해주기도 하네요.
그럴 때면 밤에 음악을 틀어 놓고 있습니다. 성능 좋은 헤드폰도 가지고 왔지만 사실 이런 때에는 일상적인 유리 컵이나 잔에 아이폰을 넣고 그냥 음악을 틀어 놓는 게 더 듣기 좋네요. 이것은 해운대에 살면서 생긴 작은 저의 습관이기도 한데요. 해변의 포장마차에서 소주 한 잔과 함께 밤바다의 냄새, 그리고 컵 안에서 흘러나와 속삭이듯 작게 퍼지는 음악은 항상 참 좋거든요.
기술이 발달하면서 여러 웅장하고 입체적인 소리에 더 당연하게 적응되고 있는데요. 사실은 이것도 우리가 음악을 만든 사람의 의도대로 만들어진 공간과 방향을 따라 듣는 것이라 따지고 보면 만든이의 주관이 개입될 수 밖에는 없는 것이기도 합니다.
영화의 이야기에 몰입되어 마치 실제처럼 느끼기에 감동 받을 수 있고 유쾌하게 즐기기도 하잖아요. 하지만 사실 그것은 누구나 알 듯 실제 이야기가 아닙니다. 그리고 정말 실제에 더 가까운 다큐멘터리는 오히려 보는 이로 하여금 감정적인 몰입이 덜 되기도 하지요.
음악도 마찬가지일지 모릅니다. 그래서 저는 시간이 지날수록 음악을 들을 때 그냥 주변에 작게 틀어 놓는 것을 선호하게 돼요. 프라하에서 특히 이렇게 음악을 듣고 있노라면 정말 이 아티스트만큼 멋진 음악이 요즘 없습니다. 호텔에 도착해서 내내 저는 밤에 일하면서 계속 그의 음악들을 듣고 있어요. 바로 크쉬슈토프 펜데레츠키(Kzysztof Penderecki)의 음악들입니다.
폴란드 출신의 지휘자이자 작곡자인 그는 현대음악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지요. 특히 '히로시마 희생자를 위한 위령곡'은 그의 가장 잘 알려진 대표 작품입니다. 그러나 대중들에게 낯설 수 있는 여러 현대적인 음악 어법으로 인해 그의 음악들은 클래식 음악 애호가들 사이에서마저도 어렵다고 얘기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그의 작품들을 찬찬히 살펴보면, 이런 작품들 외에 서정성이 강조되거나 보다 우리가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는 작품들 또한 찾아볼 수 있습니다. 오늘 음반가게에서 소개해 드릴 폴리쉬 레퀴엠의 마지막 제4악장 샤콘느는 제가 가장 좋아하는 그의 걸작입니다. 여러분들도 이 곡을 좋아하는 사람이나 지인들과 함께 핸드폰이든 무엇이든 밤시간 주변에 한번 작게 틀어 놓아보세요. 정말 멋질 거에요.
www.pudditorium.com
20140813000202_0 뮤지션 김정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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