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4.20 부산일보 - 푸디토리움의 음반가게] 233. 다양한 빛깔, 미샤 마이스키

작성자
thestomp
작성일
2017-04-21 19:38
조회
157

[푸디토리움의 음반가게] 233. 다양한 빛깔, 미샤 마이스키


희로애락의 모든 감정 떠올리게 하는 첼로 연주곡




최근 음반을 선물로 받거나, 준 적이 있나요? 가만히 생각해 보면 저 역시 그때가 언제인지 아득하기만 합니다. CD보다 파일로 음악을 소비하는 형태이다 보니 음반을 누군가에게 선물하는 것이 이제 흔한 풍경은 아닌 듯해요. 오랜만에 테이프와 LD, CD를 정리하다 보니 직접 구매한 것이 아니라 누군가에게 선물 받은 앨범들도 꽤 있더군요.


신기한 것은 그 많은 앨범 중 제가 타인에게 선물을 받은 것은 정확히 기억하고 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그리고 선물을 준 사람의 인상과 이미지가 선명히 떠오르더군요. 대부분 지인이라기에는 그리 가깝지 않은 사람들이었는데 그 앨범을 건네받은 그 시절의 순간, 그리고 그 사람에 대한 향취가 떠오르는 느낌이랄까요.

첼리스트 미샤 마이스키가 피아니스트 다리아 호보라와 함께 한 1996년 작 'Song Without Words(노랫말 없는 노래)'는 제가 대학 시절 친구들에게 선물 받은 음반입니다. 이 음반은 슈베르트의 음악을 해석한 연주로 채워져 있어요. 당시 저는 그의 명성만 알고 있었을 뿐, 그의 음반이나 연주는 경험한 적이 없었는데요. 이 음반을 듣고는 한동안 마이스키의 연주가 담긴 앨범만 살 정도로 단숨에 빠져들었습니다.

마이스키는 이스라엘 출신의 옛 소련 첼리스트입니다. 1948년 라트비아의 리가에서 태어나 모스크바 컨서버토리에서 거장 로스트포비치에게서 수업을 받았습니다. 1966년 제6회 차이콥스키 국제 콩쿠르에서 우승하면서 본격적인 음악 활동을 시작합니다. 그가 데뷔하던 17세에 '미래의 로스트포비치'라는 별명이 있었다고 합니다. 그만큼 그의 연주는 지금까지도 정통에 충실합니다. 그의 연주를 들을 때마다 정통의 미덕이 무엇인지 느끼게 되거든요.

그러나 그에게도 참 어려운 시기가 있었다고 합니다. 1970년대 그의 누이가 이스라엘로 망명한 후 체포되면서 감옥과 노동, 심지어 정신병원에 수감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1972년 이스라엘로 송환되고 1974년 드디어 뉴욕 카네기홀에서 그의 데뷔 무대를 갖게 됩니다. 1976년에는 런던에서 오케스트라와 함께 데뷔 무대를 가지죠. 그 후 마이스키는 세계적인 명성과 인기를 얻게 됩니다.

그가 그라모폰에서 발매한 이 앨범은 마치 영화 같은 그의 삶을 그대로 대변해 주는 듯합니다. 슬픔 온유 평화 두려움 고요 적막함 등 앨범을 들을 때마다 사람의 삶에서 거쳐 갈 수 있는 모든 감정에 대한 단어가 머릿속에 연이어 떠오르거든요. 특히 8번 'Nacht und Traume (Heil'ge Nacht, du sinkest nieder!), song for voice & piano, D. 827'은 이 앨범에서 제가 가장 좋아하는 연주입니다. 목소리나 악기를 떨리게 하는 기교를 비브라토라고 하는데요, 비브라토가 이토록 아름다울 수 있는지 깨닫게 해줍니다. 그리고 가장 아름다운 비브라토가 가능한 것은 사람의 목소리가 아닌, 바로 첼로라는 악기가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들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