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5.26 부산일보 - 푸디토리움의 음반가게] 237. 체인스모커스

작성자
thestomp
작성일
2017-05-29 11:05
조회
104
단순한 듯 현란한 리듬의 반복… 루프란 이런 것!



루프(Loop)라는 용어는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한 번쯤 들어봤을 음악 용어입니다. 일정한 구간을 반복하는 음악적 소재를 의미하지요. 루프는 음악 기술과 함께 더 대중화되고 발전하고 있습니다. 샘플러나 턴테이블 그리고 여러 음악용 소프트웨어를 통해 다양한 루프들이 만들어집니다. 그리고 이런 루프들은 더욱 쉬운 방법으로 전문가가 아닌 사람도 만들 수 있을 만큼 대중적이게 되었지요.

초등학교 시절, 루프를 처음 알게 된 계기는 힙합 음악과 턴테이블이었습니다. 일정한 음악이 반복되면서 계속 랩을 만들어 나가는 외국 음악가들의 모습은 당시 저에게는 무척 생소했습니다. 턴테이블에 LP를 올리고 스크래치를 반복하는 디제잉 역시 그렇고요. 그 후로 저는 꽤 오래 루프는 힙합 음악이라는 장르가 가진 고유의 특징이라고만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지금 루프는 지구 상의 전 음악에서 쓰이는 일종의 음악을 만드는 기술 또는 재료입니다. 심지어 발라드도 루프를 통해 만들어지는 경우도 흔히 찾아볼 수 있지요.

사실 저는 루프를 통한 음악이 꽤나 익숙하지 않던 사람 중 하나였습니다. 클래식의 소나타나 론도 형식처럼 오랜 세월 동안 이어온 형식에 학습되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발라드가 몇 개의 구간으로 나뉘며 발전하다 마지막 구간에 사람의 마음을 휘어잡는 주요 멜로디가 나오는 것처럼 말이지요. 이렇게 클래식 음악의 관습에 익숙한 사람에게는 루프 형태의 음악이 무척 낯설 수 있습니다. 혹자는 이렇게 만들어지는 음악에 동의조차 할 수 없을 수도 있어요.

체인스모커스(The Chainsmokers)의 음악은 지금의 음악에서 과연 루프가 어떻게 사용되는지 잘 보여주는 아주 적절한 예입니다. 그리고 그것이 반복이라는 근본적인 요소를 갖고 있음에도 얼마나 드라마틱한 음악을 펼쳐낼 수 있는지도 말이지요. 체인스모커스는 미국 출신의 프로듀서 알렉스 폴(Alex Pall)과 앤드류 태거트(Andrew Taggart)로 구성된 팀입니다.

이들은 2017년 그래미 시상식에서 베스트 댄스 레코딩 부문으로 첫 그래미를 수상하게 되는 영예를 얻었습니다. 이들의 곡 'Closer'는 12주 연속 빌보드 차트 정상을 차지해 기염을 토하기도 했죠. 'Closer'는 다른 곡들과 더불어 체인스모커스 음악 특징을 정말 잘 대변해 주는 음악입니다.

4개의 화음으로 구성된 이 음악은 짧고 깔끔한 리듬이 함께 반복되면서 전개됩니다. 심지어 멜로디도 기본적으로 같은 형태가 계속되지요. 그러나 이들의 출중한 음악적 역량은 이러한 반복이 '과연 반복이 맞아?'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현란한 드라마와 변주를 만들어 냅니다. 그리고 곧 이러한 단순함은 지루함이 아닌, 오히려 직설적이고 강렬함으로 듣는 이의 귀를 단숨에 사로잡습니다. 새로운 음악의 요소나 형태가 고전적인 관습과 상반되는 것이 아니라 음악을 만드는 이의 역량에 따라 함께 포용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멋진 예가 아닐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