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6.02 부산일보 - 푸디토리움의 음반가게] 238. 줄리아드 스트링 콰르텟

작성자
thestomp
작성일
2017-06-05 10:44
조회
265
듣는 순간 단숨에 빠져드는 아날로그 레코딩의 감동


봄이 되면 도심에서는 크고 작은 음악회가 꽤 많이 열립니다. 눈을 돌려보면 무료이거나 저렴한 가격에 클래식 등 고전 작품을 감상할 기회가 꽤 많습니다. 얼마 전에는 덕수궁에서 들리는 멋진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 연주가 귀를 사로잡더군요. 드뷔시의 음악이었습니다. 제가 가진 드뷔시의 음반은 대부분 피아노 독주인데요. 새삼스럽게 드뷔시가 작곡한 현악이 이렇게나 아름다웠다고 느끼게 되었어요.

그리고는 한창 스트링 콰르텟의 음악을 찾아 들었습니다. 시민을 위한 도심 음악회가 주는 가장 큰 미덕은 익숙한 작곡가 음악의 새로운 발견이 아닐까 합니다. 누군가는 도심의 여러 음악회를 고리타분한 클래식 음악이라 지루하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또 유명한 스타 음악가가 나오지 않는 뻔한 음악회라는 생각을 할 수도 있겠지요. 그러나 일상의 삶에서 멋진 음악을 재발견하고 스스로 찾아 듣게 되는 동기를 만들어 주는 것만큼 멋진 일이 또 있을까요.

줄리아드 스트링 콰르텟(Juilliard String Quartet)은 1946년 미국 뉴욕 줄리아드 학교에서 조직되었습니다. 줄리아드 스트링 콰르텟의 행보는 그 오랜 활동 기간만큼 화려합니다. 그래미를 비롯해 각종 명예의 전당에 그 이름을 올려왔습니다. 멘델스존, 바르톡, 쇼스타코비치부터 엘리옷 카터 등 현대 음악가, 글렌 굴드와 같은 스타 음악가들과도 함께하는 광범위한 레퍼토리를 다루어왔고요.

제가 이들의 음악을 들으며 푹 빠지게 된 계기는 사실 이들의 화려한 수상과 레퍼토리 때문은 아닙니다. 우연히 1960년에 레코딩된 이들의 앨범을 들으면서였지요. 애초에 바이닐로 발매되었던 이 레코딩을 듣는 순간 단숨에 빠져들게 되더군요. 그때 가만히 생각해보니 스트링 콰르텟의 음반의 옛 레코딩을 귀 기울여 들을 기회가 잘 없었습니다. 콘서트홀에서 직접 공연을 듣거나 디지털 음반으로 접했던 것이 대부분 이었지요.

1960년 RCA Victor 레이블에서 발매된 줄리아드 스트링 콰르텟의 앨범은 드뷔시와 라벨의 음악을 담고 있습니다. LP를 디지털 음원으로 재탄생시킨 만큼, 잡음과 여러 소리가 함께 하지요. 음반이 시작하는 순간 알 수 없는 감정의 파도가 밀려옵니다. 특히 드뷔시의 'G 마이너 작품번호 10번'의 3악장은 제가 들었던 스트링 콰르텟 레코딩 중 가장 감동적입니다.

이 트랙이 정말 감동적인 이유는 레코딩이 너무 잘 맞아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이런 옛 아날로그 레코딩이 드뷔시의 현 음악에 이렇게 잘 어울릴 수 있다는 사실을 처음 깨달았습니다. 단순히 아날로그에 대한 향수는 아닌 듯합니다. 클래식 음악이 작품과 연주자라는 기본적인 배경 외에 그 연주의 레코딩이 어느 시대에 어떻게 되었느냐는 우리가 선택하고 고려해야 할 중요한 부분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