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9.07 동아일보] “다른 악단 가면 안돼” 단원들이 붙잡는 단원

작성자
thestomp
작성일
2017-09-07 09:52
조회
153


“성권. 한국 돌아갈 것 아니지? 다른 악단 가면 안 돼.”

독일 베를린 방송교향악단의 수석 바순 연주자 유성권(29·사진)은 이 오케스트라의 유일한 동양인이다. 단원들이 다른 오케스트라로 갈까 봐 걱정하며 붙잡는 단원이기도 하다. 그 주인공을 최근 서울 중구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유성권은 2009년 베를린 방송교향악단 아카데미 오디션에 응시했다. 그의 연주를 들은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정식 단원 지원을 권유했다. 바순 수석 연주자 자리로 180명의 지원자가 몰렸다. 6차례에 걸친 치열한 경쟁 끝에 그는 이듬해 정식 단원이 됐다.

“학교에 들어가려다 바로 회사에 입사한 거죠. 베를린 방송교향악단 최연소 수석 연주자 입단으로 아직도 제가 그 기록을 가지고 있어요. 사람들의 조언을 잘 들었고, 두려움이 없었던 게 비결이었던 것 같아요.”

2011년 그는 67세까지 교향악단에서 활동할 수 있는 종신 자격을 획득했다. 바순 연주자는 수석 2명, 부수석 1명, 단원 2명 총 5명으로 현재 수석 한 자리는 8년째 공석이다. 그의 비중이 높을 수밖에 없다.



“제가 눈을 너무 높여 놓았나 봐요.(웃음) 저보다 잘하는 연주자가 들어오면 좋겠어요. 그래야 배울 것도 있고, 더 열심히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경쟁은 두렵지 않습니다.”

서른도 안 된 나이이지만 일반인으로 치면 직장 생활 8년 차다. 한 달에 6∼8번 출근하고, 약 10차례 무대에 오른다. 매일 집에서 6시간 넘게 연습하는 것도 빼놓지 않는다.


“다람쥐 쳇바퀴 돌 듯 생활하니 시간은 빨리 가는 것 같아요. 그래도 여전히 못해본 작품이 많고 새로운 객원 지휘자들을 만날 수 있어 지겹다는 생각은 들지 않아요. 오케스트라가 본업이지만 틈틈이 체임버와 독주 활동도 하고 있어요.”


베를린 국립음대에 출강하고 있는 그는 정교수가 되고 싶은 꿈이 있다. 음악가로는 피아니스트 백건우 같은 연주자가 되는 것이 목표다.

“나이가 점점 들면서 연주나 외모에서 자기 삶의 모습이 그대로 나타나는 것 같아요. 저는 백건우 선생님처럼 나이가 들어서도 무게감이 느껴지면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연주자가 되고 싶어요. 친구인 피아니스트 (김)선욱과도 백 선생님 같은 사람이 되자고 자주 이야기해요. 30년 뒤 제 바순 소리가 어떨지 궁금해 죽겠어요.”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원문보기:
http://news.donga.com/3/all/20170907/86207015/1#csidxb01cc357f7c01dcb4f18448fee0f3e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