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6.10 부산일보 - 푸디토리움의 음반가게] 191. 더 버드 앤 더 비

  • 날짜
    2016-06-10 15: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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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http://news20.busan.com/controller/newsController.jsp?newsId=20160610000017



[푸디토리움의 음반가게] 191. 더 버드 앤 더 비

팝 속에 흐르는 평범하지만 신비로운 재즈의 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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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 버드 앤 더 비(The Bird and The Bee)의 앨범 'recreational love'. 김정범 제공


여러분은 출근길에 어떤 교통편을 이용하시나요? 
 
자가 운전하시는 분들도 있지만 많은 분이 대중교통을 이용하리라 생각합니다. 그런데 며칠 전 지하철을 타고 가다 문득 제가 어느 순간부터 시내버스를 이용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지 뭐예요. 심지어 버스 노선으로 아주 가까운 거리지만 지하철로는 시간이 오래 걸리는 구간을 아무 의심 없이 매번 지하철을 이용하고 있었더라고요. 그것도 아주 꽤 오랫동안 말이죠. 특별한 이유보다 버스는 이동 시간을 정확히 예측하기가 힘들다는 이유 때문이었다는 것으로 기억하는데요. 그런 일상의 아주 사소한 강박이나 계기가 수년 동안 버스를 타지 않는 습관이나 버릇으로 발전되었던 듯합니다. 버릇이라고 치부하기에는 일상의 한 부분이 어느 날 사라졌는데 그걸 오랜 내내 깨닫지 못했던 기분이랄까요. 

여름이 오기 직전 한적한 이른 오후쯤 버스를 타던 기억이 요즘 많이 떠오릅니다. 창문을 조금 열면 더위 탓에 조금은 눅눅하고 습기 찬 바람이 얼굴에 스치고요. 뜨거워진 햇볕 탓에 인상이 찌그러지기도 하지만요. 어쩌면 내가 사는 도시의 모습을 몸으로 하나씩 느끼고 체험하며 익히게 됐던 시작은 버스를 타고 어디론가 향하던 그 오랜 작은 시간으로부터 출발하지 않았나 싶더라고요. 그래서 정해진 구간을 반복하며 오가는 동네의 시내버스는 삶에서 단순한 교통수단 이상의 의미가 있지 않나 합니다. 

이제 방학이 되고 여름이 시작되면 저는 다시 종종 시내버스를 타 보려고 하는데요. '더 버드 앤 더 비(The Bird and The Bee)'의 앨범은 이때를 위하여 제가 미리 찍어놓은 음악입니다. 

이나라 조지(Inara George)와 그랙 커스틴(Greg Kurstin) 이 두 사람으로 구성된 팀은 과일 향 짙은 사운드를 들려줍니다. 특히 멤버 중 그렉 커스틴은 벡, 카일리 미노그, 최근 아델까지 내로라하는 팝스타들과 함께 작업해온 실력파 음악가로 명성이 자자합니다. 

특이한 점은 이들의 초기 음반이 블루 노트(Blue Note) 또는 그 산하 레이블에서 발매가 되었다는 것이에요.  

블루 노트는 재즈 애호가들 사이에서는 역사상 빼놓을 수 없는 재즈 명반과 예술가들을 탄생시킨 레이블 이름입니다. 블루 노트 레이블의 다양한 방향과 색다른 모색은 이미 오래전부터 시작되었던 것이라 저도 익히 알고 있던 터였는데요. 그래서 이들이 블루 노트 레이블을 통해 대중들에게 선보였던 것은 상당히 재미있고 신선하기까지 합니다.  

이들의 음악은 분명 여타의 추세에 편승한 팝 혼성 듀오들과는 차이가 있어요. 처음 이들의 음악을 들었을 때 유행을 따르는 팝이지만 재즈를 좋아하는 사람도 좋아하겠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블루 노트와 관련 있다는 사실을 제가 전혀 몰랐고 이들의 음악에 재즈적인 요소가 거의 없었음에도 말이지요. 정말 신기하지요?  

평범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신비스러운 향기 같다고 할까요? 올해 여름의 오후, 어디론가 향하는 시내버스를 탄다면 저는 항상 이들의 음악과 함께 하려고 해요. 

pudditorium.com 
 
김정범  
 
뮤지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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