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6.30 부산일보 - 푸디토리움의 음반가게] 194. 조엘 티올리에르

  • 날짜
    2016-07-06 10:4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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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http://news20.busan.com/controller/newsController.jsp?newsId=20160701000004



[푸디토리움의 음반가게] 194. 조엘 티올리에르

인상주의와 드뷔시, 그리고 아를의 기억을 떠올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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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아니스트 프랑소와 조엘 티올리에르의 드뷔시 연주 음반. 김정범 제공




요즘 소위 '사진발'이라는 말을 많이 씁니다. 사람뿐 아니라 도시도 사진발을 유난히 잘 받는 곳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뉴욕이 그렇습니다. 미국 드라마나 영화 등을 보고 실제 눈으로 그 장소를 확인하면 이렇게까지 멋지지는 않은데? 라는 생각이 들 때가 꽤 많았거든요. 친구들과 맨해튼의 펍에서 맥주 한잔하며 TV를 보고 있으면 그 펍 앞의 장소가 바로 TV에 나올 때가 종종 있었는데요. 그럴 때마다 친구들과 이 도시는 어떻게 이렇게 화면발이 좋지? 라며 신기해했던 기억이 납니다. 당시 저와 제 친구들의 눈이 무엇인가 잘못되었던 것일까요? 아니면 실제로 눈에 보이는 것과 유독 다른 풍경이 존재하는 것일까요?
 
인상주의는 19세기 프랑스 미술에서 시작되었던 경향입니다. 교과서나 사전 등을 찾아보면 사물과 풍경에서 받은 인상을 표현하고 빛에 의한 변화와 색채 등에 집중했다라고 설명되어 있던데요. 솔직히 우리가 다들 알고 있는 이 용어는 저에게는 초등학교 시절 시험 객관식 답안을 위해 내내 외웠을 뿐, 참 이해하기 힘든 말이었습니다. 

프랑스의 도시 아를(Arles)을 여행한 적이 있습니다. 남부 프로방스 지역에 있는 이곳의 아름다움은 정말 말로 설명할 수가 없습니다. 고대 로마의 문명과 중세 유럽 문명이 혼재되어있고요. 동네 구멍가게에서 최신 테크노 음악이 나오고 미용실에 피아노가 있을 만큼 프랑스 시골의 고즈넉함과 세련미가 공존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고흐가 사랑했던 마을로 잘 알려졌지요. 그의 명작들과 더불어 그의 수많은 작품이 아를을 배경으로 탄생했습니다. 고흐의 유명한 작품 '밤의 카페 테라스'가 바로 이 도시의 광장에 있지요. 

그런데 저는 여기서 정말 기이한 경험을 했습니다. 너무 아름다운 이곳의 풍경을 담으려고 정말 많은 사진을 찍었는데요. 제가 눈으로 보는 그곳의 풍경과 너무나 다른 모습이 사진에 찍히더라고요. 아름다운 낮의 햇살이 어우러져 계속 변화하는 도시의 색채와 빛깔을 사진 속에서는 도저히 찾을 수 없었습니다. 그저 평범한 프랑스의 시골 도시 같은 모습으로만 찍혀 있었습니다. 색 보정이나 그런 것으로 표현할 수 없는 무엇인가가 항상 빠져 있었지요.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인상주의 화가들의 작품은 어쩌면 그들의 천재적인 시선과 더불어 그들이 있던 도시의 영특함이 빚어낸 결과물이 아니었을까.

아를에서 내내 들었던 음악이 드뷔시(Debussy)의 음악이었습니다. 분명 의도했던 것도 아닌데 말이죠. 지금도 그곳에서의 기억을 떠올리면 드뷔시의 음악이 항상 함께합니다. 드뷔시가 인상주의 음악가였고 프랑스 태생인 것은 어쩌면 전혀 중요하지 않은 문제일는지도 모릅니다. 더군다나 저는 초등학교 시험 문제를 다시 풀 일이 없으니 더욱 그러하겠지요. 드뷔시 음악은 그때 아를에서 오직 저의 눈으로만 담을 수 있던 그곳의 풍경과 시간을 같이 간직해주는 음악입니다. 오직 그것만으로도 저에게는 더할 수 없는 의미가 있는 음악이지요. 이번 주에는 피아니스트 프랑소와 조엘 티올리에르의 연주로 드뷔시의 음악을 들려드리고 싶습니다. pudditorium.com 

 
김정범
  
 
뮤지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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