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11.24 부산일보 - 푸디토리움의 음반가게] 213. 핑크 마티니

  • 날짜
    2016-11-29 17:5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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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http://news20.busan.com/controller/newsController.jsp?newsId=20161124000181


[푸디토리움의 음반가게] 213. 핑크 마티니

다양한 장르 · 풍성한 색감으로 빚어 낸 품격과 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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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핑크 마티니의 올해 새 앨범 'Je dis oui!' 김정범 제공

도시를 여행하다 보면 어떤 도시는 무채색에 가까운 곳이 있고, 어떤 곳은 너무나 다양한 색감으로 가득한 곳이 있습니다. 다양한 색감으로 넘치는 도시는 길을 걷고 산책을 하는 것만으로도 많은 재미와 영감을 얻습니다. 반대로 무채색으로 일관된 도시는 사람을 지치게 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도시가 주는 다양한 색감에 차이를 느껴 보신 분들이 꽤 많을 겁니다. 새로운 빌딩과 유행을 따르는 상점들이 줄지어 들어선다고 해서 색감이 화려한 것도 아니고, 반대로 옛 동네라고 해서 색감이 반드시 덜한 것도 아닙니다.

그 도시의 색감은 사실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취향과 연륜을 반영하기도 하지요. 우리가 사는 도시의 풍경은 과연 얼마나 풍부한 색감을 가지고 있을까요? 내가 사는 부산이라는 도시의 색감은 우리 머릿속에 어떻게 자리 잡고 있을까요? 일상에서 당연히 자리 잡고 있는 부분이지만, 한 번쯤 되짚어 보아야 할 문제이기도 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내가 사는 곳의 가장 기본적인 색. 이것은 사실 아이들을 위한 어떤 정서교육보다 더 직관적이고, 성인들의 값비싼 휴식 공간보다 더 우선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세상에 존재하는 다양한 장르의 음악은 서로 다른 빛깔과 다른 색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음악을 듣는다는 것은 청각을 통한 행위이지만, 그 느낌을 통하여 우리에게 충분히 시각적으로 다가오기도 합니다. 음악을 듣고 감동을 한다거나 슬픔을 느끼는 것 자체가 음악이 단순히 청각적인 행위가 아니라는 것을 말해주기도 하죠.

핑크 마티니(Pink Martini)의 음악을 듣노라면 이렇게 풍부한 색감을 연상하게 하는 음악이 또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 멋진 앨범들을 누가 어떻게 만들었을까'라는 물음이 떠오르지 않을 정도로 다양하고 아름다운 색감이 눈앞에 밀려들지요. 이들은 밴드라기보다는 소규모의 오케스트라 정도로 보일 만큼 그 구성원의 수가 상당합니다. 1994년 포틀랜드에서 결성된 이 그룹은 피아니스트 토마스 로더데일(Thomas Lauderdale), 바이올린 연주자 알렉스 바르타스카(Alex Bartaska), 그리고 비올라 연주자 맥스 찰스(Max Charles)가 결성한 12명의 밴드입니다.

남미 음악과 재즈, 올드팝 등 여러 장르가 섞인 음악을 들려주지만, 아주 확고한 취향이 존재하죠. 제가 이들의 앨범을 처음 들었을 때, 잘 만든 컴필레이션 앨범으로 착각할 정도였는데, 그것은 놀라운 완성도와 함께 확고한 취향이 앨범을 관통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저는 이들의 앨범이 세계적인 히트를 기록한 것은 '좋은 취향의 음악이 무엇일까'라는 질문을 던지고, 제대로 답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광고 음악으로도 우리에게 잘 알려진 이들의 관현악 오케스트라와 함께하며 때로는 '아주 품격있는 키치(kitsch)한 음악이 이런 것이구나' 하고 감탄하기도 하지요.

이번 달 그들의 새 정규앨범이 발매되었습니다. 'Je dis oui!'라는 타이틀의 이 앨범은 세월이 지나도 여전히 품위와 위트를 지닌 이들의 음악을 또다시 우리 곁으로 가져다 놓을 것 같습니다. pudditorium.com 

 
김정범  
 
뮤지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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