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2.09 부산일보 - 푸디토리움의 음반가게] 223. 네이트 스미스 '킨포크'

  • 날짜
    2017-02-15 18:2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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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 '콘택트'라는 이름으로 개봉한 영화가 많은 영화 팬들 사이에 화제를 낳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그을린 사랑', '프리즈너스' 그리고 '시카리오' 등을 연출해 최근 팬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얻고 있는 드니 뵐뇌브(Denis Villeneuve)의 신작이어서지 그렇지 않나 싶습니다. 이 작품은 여러 면에서 기존 할리우드 SF 영화와는 사뭇 다릅니다. 그중 하나가 사피어 워프(Saphir-Whorf) 가설 관련 소재를 다루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 가설은 '언어의 체계가 그 언어를 쓰는 사람의 세계관과 인식에 영향을 미친다'라는 내용을 바탕으로 하고 있습니다.
물론 이 가설을 부정하는 견해도 상당히 많습니다. 그러나 저는 이러한 언어의 기능에 대해 전적인 믿음을 가진 사람 중 하나입니다. 문화적인 개성이나 지역의 다름도 그 언어에 따라 나타나는 특성과 연관이 있고, 그러한 것이 음악이든 미술이든 다양한 방면에서 문화의 결과로 드러난다고 생각해요.
그것의 핵심은 언어와 관련된 단순한 결과물이 아니라, 사고의 인식과 흐름이 언어에 따라 다를 수 있다는 것일 겁니다. 그러고 보면 이러한 얘기는 특히 창작자들에게 더 많은 의미와 생각 거리를 줄 수 있지 않나 싶습니다. 실제로 예술작품을 이해하는 가장 범하기 쉬운 오류는 그 예술의 장르가 가진 고유의 언어를 망각하는 데에 있습니다. 왜냐하면, 회화 음악 설치 무용 사진 등 우리의 삶에 풍요롭고 즐거움을 주는 일상의 예술들은 그 이름이 다르고, 누리는 매체가 다른 만큼, 각자 그 고유의 언어를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자면 이런 것입니다. 많은 대중음악이 분명 시나 소설과 다름에도, 가사로서만 그 음악에 사회적 역사적 의미를 두려 하는 경우도 상당히 많습니다. 심지어 이 분야의 많은 전문 평론가들조차 그렇습니다. 또 영화가 가진 장르와 내러티브와 이미지보다 스토리에 시선이 고정된 경우도 꽤 많습니다. 음악이든 영화든 그것은 분명 문학과 다른 장르임에도 말입니다. 그래서 특정 분야의 전문가가 아닌 많은 일반인이 관심 있는 예술 장르에 대해 소위 '공부'한다는 것이 과연 맞는 방법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어쩌면 자신이 관심 있는 예술 장르에 대해 직접 체험하고 스스로 배움의 시간을 많이 들이는 것이 자연스럽지 않을까요. 마치 우리가 모국어를 자연스럽게 터득하고 그 언어로 세상을 바라보고 타인과 소통하는 것처럼 말이지요.
재즈 드러머이자 작곡가 네이트 스미스(Nate Smith)의 새 앨범 '킨포크(Kinfolk)'는 최근 뉴욕의 재즈 앨범 중 단연 돋보입니다. 이 음악을 듣고 있노라면 그가 얼마나 다양한 음악의 언어를 이해하고 구사하는지 와 닿습니다. 기존 음악의 장르들을 너무나 완벽하게 이해하고 있기에 아이디어가 무척이나 세밀합니다. 펑크와 R&B, 재즈, 록, 클래식 등 많은 소재가 이토록 아기자기하게 얽혀있는 음반들은 저도 너무 오랜만에 접합니다. 창조적인 음악가들의 출현과 그 개성은 끊임없이 계속되겠다는 기분 좋은 믿음이 이 앨범 하나로 다가옵니다. 특히 두 번째 트랙 'Skip Track'은 이번 주 여러분에게 강력하게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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