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9.18 부산일보] [푸디토리움의 음반가게] 브로큰 소셜 신

  • 날짜
    2014-09-19 20:0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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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http://news20.busan.com/controller/newsController.jsp?newsId=20140918000015

▲ 여러 밴드의 멤버가 모인 '브로큰 소셜 신'의 앨범. 김정범 제공
음악의 박자(meter)와 빠르기(tempo)는 익숙하면서도 종종 헷갈리는 용어들인데요. 빠르기는 말 그대로 음악의 진행속도를 의미합니다. 안단테(andante), 모데라토(moderato), 알레그레토(allegretto) 등의 용어는 빠르기에 대한 지시말이지요. 우리에게 일반적으로 익숙한 음악이 대부분 4분의 4박자입니다. 4분의 3박자 등의 왈츠는 이와는 달리 홀수박임에도 역시 우리에게 익숙한 대표적인 예입니다.
그러고보면 박자와 빠르기는 초등학교 음악시간에 배운 가장 기초적인 음악의 개념들입니다. 마치 농부가 씨앗을 뿌리기 전 땅을 고르는 것처럼 음악이 만들어지고 연주되기 이전의 가장 근본적인 음악의 구성 요소들입니다. 저에게도 곡을 만들고 연주를 할수록 점점 많은 시간을 박자와 빠르기에 대해 생각하게 됩니다. 심지어 흥얼거리던 멜로디의 빠르기가 어느 정도에 가장 적당할지 메트로놈 수치의 하나, 둘 차이에 몇 주를 고민하기도 합니다. 또 때로는 다소 익숙하지 않은 7박자나 11박자 등의 매력에 흠뻑 빠지기도 하고요.
수많은 뮤지션이 만든 역작 인디 음악의 열정·숙련 담아
오늘 소개해 드릴 '브로큰 소셜 신(Broken Social Scene)'의 음악들은 제가 최근에 가장 즐겨듣는 음반입니다. 이들에게 빠져든 이유를 나열하자면 끝이 없을 정도인데요. 그러나 그 시작은 이들의 음악과 연주가 들려주는 박자와 빠르기에 관한 맛깔스런 묘미 때문입니다.
2005년 발매된 그들의 앨범 수록곡중 '4/7(shoreline)'은 제목에서도 보여지듯 7박자의 다소 낯선 형식을 갖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얼터너티브의 직선적이고 경쾌한 매력이 발산되는데요. 음악을 듣고 있으면 당장이라도 드라이브를 떠나고 싶은 충동이 일어날 정도이지요. 마치 걷기에 아주 불편한 구령을 듣고 있는데 이상하게도 뛰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것과 같다고나 할까요.
이들만큼 모든 발표 앨범의 전 수록곡을 순서대로 다 듣게 되는 음악도 최근에 좀처럼 드문데요. 아마 가장 큰 이유는 강렬한 록음악임에도 듣는이의 심장 박동수를 때로는 가파르게, 때로는 조금 여유있게 이끄는 부드러움때문입니다.
캐나다 출신 브로큰 소셜 신의 음악은 이처럼 일반적인 얼터너티브나 록이라는 쟝르로 한정짓기에는 그 세밀한 부분들이 놀랍고 독특한 음악들입니다. 사실 이들은 밴드라기보다는 일종의 집단이라는 표현이 어울리는 아티스트들인데요. 일단 여러 밴드의 멤버들이 모여 20명이 조금 안되는 거대한 인원으로 이루어져있기도 하고요. 무엇보다 그들이 지향하는 바가 유명해지고 거대한 대중적인 인지도를 얻는 그룹이 아니라 비전을 함께하는 여러 뮤지션들이 같이 참여하는 동호회나 회원제 같은 열린 면모를 띠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인지 이들의 음악은 인디음악 또는 실험음악으로 분류되는 열정적인 젊음과 오래된 숙련이 느껴집니다. 브로큰 소셜 신은 수 많은 뮤지션들이 참여해 하나의 앨범을 만들어 나감에도 마치 하나의 밴드나 아티스트가 만든 앨범처럼 우리에게 들립니다. 아마 이들의 음악과 열정 그리고 이것을 뒷받침하는 그들의 새로운 비전이 만들어나가는 역량의 탓이겠지요. 오늘의 음반가게에서는 이들의 2002년작 앨범 '유 포갓 잇 인 피플(You Forgot It In People)'을 추천해봅니다. www.pudditorium.com
 뮤지션 김정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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