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7.01 부산일보- 푸디토리움의 음반가게] 145. 잠을 이룰 수 없는 새벽 함께하고 싶은 음악 윌리엄 피츠시몬스

  • 날짜
    2015-07-06 15: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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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http://news20.busan.com/controller/newsController.jsp?newsId=20150702000007

 


[푸디토리움의 음반가게] 145. 잠을 이룰 수 없는 새벽 함께하고 싶은 음악 윌리엄 피츠시몬스

삶과 마음이 깨어 있는 이들에게 전하는 '작은 위안'


▲ 윌리엄 피츠시몬스의 2008년 앨범 표지. 김정범 제공

 

 

 

2년 넘게 제가 진행하는 심야 라디오 프로그램을 매번 스스로 모니터하는 편입니다. 개편이 순환되는 공중파 방송에서 2년이 넘게 프로그램을 지속한다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닙니다. 그렇기에 이 라디오를 들어주시는 청취자분들에게 참 고맙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떻게 보면 참 아이러니한 일이기도 한데요. 저 역시 라디오 키드였지만 언제부터인지 라디오를 잘 듣지 않거든요. 라디오를 진행하는 사람이 라디오를 잘 듣지 않는다니요. 그러면서 문득 내가 언제부터 라디오를 멀리하게 되었는지 질문을 하게 되었어요. 아마 국내 공중파 라디오에서 들려주는 음악이 너무 한정적이고 뻔하다는 생각을 하며 멀리하게 되었다는 것은 분명한 듯 합니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그보다 더 중요한 진짜 이유를 잊고 있었더라고요. 바로 방송에서 전해주는 청취자들의 사연과 그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에 공감이 되지 않는 순간부터였습니다. 그 사연들이 특별히 거부감을 가진 내용이 아니었지만, 제 삶의 경험이나 생각들과 점점 멀어지면서 자연스럽게 라디오도 멀어지더군요.  
제가 진행하는 심야 라디오의 가장 큰 부분은 국내에 아직 잘 알려져 있지 않거나 소개되지 않은 음악을 들려 드리는 거에요. 이 음악들이 난해하거나 소화하기 어려워서가 아니라 충분히 우리가 대중적으로 공감하고 좋아할 수 있는 음악임에도 놓치고 있는 음악들이거나 현재의 트랜드를 잘 대변하는 음악들이라 들려드리는 건데요. 이 프로그램을 시작할 때에는 편성시간이나 선곡의 성격상 마니아층이 주를 이룰 것이라는 막연한 생각을 했습니다. 그렇기에 사연 역시 음악에 대한 감상 정도가 아닐까라는 생각을 했지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사연들은 제가 생각했던 것과는 상당히 달랐습니다. 특히 요즘은 이 방송을 듣는 분들이 심지어 마니아층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기도 해요. 태어난 신생아를 돌보느라 밤잠을 못 이루시는 주부, 무슨 이유에서인지 아파트로 올라가지 못하고 지하 주차장에서 소주 한잔에 차안에서 라디오를 듣고 있는 중년의 가장, 남부럽지 않은 직장을 잃고 길거리에서 음식을 팔기 시작한 젊은 남성, 중요한 면접을 앞두고 밤잠을 못 이루는 오랜 취업 준비생, 이미 다른 사람의 남편이 된 누군가를 잊지 못하고 마음을 앓는 20대 여성, 암투병으로 인해 새벽 내내 병원의 부모님을 곁을 떠나지 못하는 어린 자녀들. 정말 생각치 못했던 다양한 사연과 이야기를 접하고 있습니다. 이 방송에서 중요한 부분이 아니라고 생각했던 사연들에 점점 더 많은 부분을 할애하게 되네요.
저도 모르게 사연들에 대해 무척 공감을 합니다. 정말 아픈 마음에 멘트가 떨리기도 하고 방송이 끝나고도 짠한 마음에 여운이 잊혀지지 않는 경우도 꽤 많습니다. 새벽 3시는 대부분의 우리가 활동을 하지 않는 시간이잖아요. 그만큼 이런 분들이 더 가슴에 있는 이야기를 솔직하게 전하고 싶었을런지도 모르겠어요.  
오늘의 음반가게는 제가 이런 사연에 보내는 음반을 소개해드릴게요. 미국 일리노이의 싱어송라이터 윌리엄 피츠시몬스(William Fitzsimmons)의 2008년작 'The Sparrow and the Crow'인데요. 특히 'I Don't Feel It Anymore'는 가장 제가 추천하는 트랙입니다. 요즘 새벽 시간에 특히 삶과 마음이 깨어 있는 모든 분들과 함께하고 싶은 음악입니다. www.pudditorium.com 

  김정범     뮤지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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