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9.4 부산일보] [푸디토리움의 음반가게] '누벨 바그' 사운드 트랙, 소리로 듣는 한 편의 영화

  • 날짜
    2014-09-04 14:4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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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http://news20.busan.com/controller/newsController.jsp?newsId=2014090400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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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속 모든 음악, 소리가 담긴 '누벨바그' 사운드 트랙 앨범. 김정범 제공
 
제가 진행하는 SBS라디오 프로그램은 첫 방송 이후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코너가 하나 있습니다. 이 코너의 이름은 '소리낙서장'인데요. 낙서라는 말은 보통 그림이나 글같이 무엇을 마냥 그리거나 쓰는 행위를 의미하잖아요. 그런데 만약 소리로 낙서를 할 수 있다면 그것은 어떤 것일까요?. 이 코너는 이런 호기심에서 출발했습니다. 일상의 기록을 글이나 사진과 같은 시각적인 텍스트나 이미지가 아닌 소리, 그 자체로 기록해보고 싶었습니다. 예를 들자면 이런 것이에요. 사람마다 가을이 왔고 정말 계절이 바뀌었구나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들이 다릅니다. 출근길 선선한 아침 공기와 흔들리는 나뭇잎 소리에 문득 가을이 왔구나라고 느끼는 순간도 있지요. 그럴 때면 나무에 다가가 나뭇잎 소리를 녹음합니다. 또 뉴욕에서 돌아와 시차가 적응되지 않을 때면 이른 새벽 부산의 공동어시장을 찾습니다. 그 곳에서 아침을 맞을 때 이제 여행이 끝났구나라고 느끼곤 하거든요. 그 순간 공동어시장의 주변 소음들을 녹음해서 방송에서 틉니다. 이런 방식인지라 어떤 때에는 파리의 지하철 안내방송이, 어떤 때에는 커피 포트가 끓는 소리 등 우리 실제 삶에서 존재하는 모든 소리가 대상이 되고 음악과 함께 편집 없이 방송됩니다.
음악·대사·현장음 모두 포함 영화보다 더 마음을 움직여
이 코너를 시작하게 한 가장 근본적인 영향을 고백하자면, 장 뤽 고다르(Jean-Luc Godard)의 영화들입니다. 고다르는 새로운 물결이라는 뜻을 가진 누벨 바그 영화를 대표하는 감독입니다. 영화라는 예술이 등장하고 지금까지 수많은 위대한 감독들이 존재했지만, 단 한 사람의 거장을 꼽으라면 저는 고다르를 꼽고 싶습니다. 고등학교 시절 그의 영화들을 처음 접했을 때 대사와 배경음악을 비롯한 모든 소리가 영상과 함께 시처럼 그리고 하나의 긴 클래식 음악처럼 다가왔을 때의 경이로움은 지금도 생생합니다. 제가 사운드(sound)와 이미지(image)에 대한 본격적인 관심을 두게 된 것도 그의 영화들에서부터 였습니다.
오늘 소개해드릴 그의 1990년 작 영화 '누벨 바그(Nouvelle Vague)'의 사운드트랙은 이런 점에서 상당히 특이한 앨범입니다. 일반적으로 영화의 사운드트랙이라고 하면 장면에 삽입된 기존의 음악 또는 그 영화를 위해 작곡된 음악(Original Score)을 담은 앨범을 말합니다. 그런데 이 앨범은 영화가 시작되고 끝날 때까지 음악을 포함한 대사,현장음 등 영화의 모든 소리를 실시간으로 담고 있습니다. 마치 소리로 보는 한 편의 영화와도 같습니다.
이 앨범은 이씨엠(ECM)에서 발매되었고 이 레이블의 아티스트들이 대거 참여했습니다. 데이빗 달링의 첼로와 디노 살루지의 반도네온 연주 등이 등장하는데 정말 아름답습니다. 이 음악을 포함한 모든 소리들이 함께 버무려져 다소 난해하고 친숙할 수 있는 실제 영화보다 오히려 더 감정적으로 사람의 마음을 움직입니다. 아마 제가 시작했던 소리낙서장이라는 작은 라디오코너가 지향하는 모든 것을 이 앨범에서 보여주는 것 같아 저도 라디오 선곡을 정리하며 이 앨범을 틀어놓을 때가 많습니다. 이번 주에는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소리와 음악은 과연 어떤 것인지 여러분들도 한번 같이 들어보셨으면 합니다. www.pudditorium.com

 
 
 
 
 
뮤지션   김정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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