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7.22 부산일보 - 푸디토리움의 음반가게]148. 록과 재즈의 경계에서 즐기는 음악의 사색 '니르 펠더'

  • 날짜
    2015-08-06 11:3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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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http://news20.busan.com/controller/newsController.jsp?newsId=20150723000011

[푸디토리움의 음반가게] 148. 록과 재즈의 경계에서 즐기는 음악의 사색 '니르 펠더'

조용히 귀기울여 듣는 서정시 같은 멜로디
 
 
 
심야식당이라는 일본 드라마는 여러분들도 한 번쯤 들어보셨을 유명 드라마입니다. 최근 영화로도 만들어져서 개봉되었고, 국내 드라마로도 리메이크되어 방송 중에 있지요. 손님들의 추억이 담긴 음식을 정성스럽게 담아내는 식당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이 드라마는 국내에 소개되기 전 이미 많은 마니아의 전폭적인 지지를 얻었습니다. 사연을 가진 손님과 주인장이 만들어 가는 이야기는 심지어 매우 철학적이기까지 합니다.  
 
저 역시 서울에서 일이 늦게 끝나고 조촐한 집밥에 술 한잔이 그리울 때가 종종 있어 이런 식당이 있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하는데요. 그런데 실제로 '이런 식당이 있다면 음식은 둘째 치고 실제로 내가 종종 방문할까?'라는 질문을 해보면 저는 '아니오'라는 대답이 떠오르더라고요. 그 이유는 각자의 사연을 주인장, 손님들과 함께 이야기하는 식당의 분위기가 오히려 불편하게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아주 늦은 심야에 일을 마치고 혼자 식당을 찾는 사람들에게 한마디 말벗과 관심이 언제나 위안이 되는 것은 아닐 수도 있잖아요. 혼자 오롯이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심지어 어떠한 관심에서도 제외된 채 자신만의 식사를 즐기는 것이 더 위안이 되는 사람도 많습니다. 이 심야 식당이 실제 존재한다면 오히려 이런 사람들이 즐겨 찾는 곳이지 않을까라는 상상을 해보는데요. 이렇게 어떤 이의 관심과 분위기에 방해 받지 않을 수만 있다면 저는 아마 이곳의 최고 단골 손님이 되겠지요. 

음악도 여러 사람과 함께 들을 때 좋은 음악이 있는 반면 오롯이 혼자만의 시간 속에 같이할 때 더 빛을 발하는 음악이 있습니다. 그래서 음악은 역시 라이브가 제맛이지라는 말이 저는 동의가 안되던데요. 유행하는 페스티벌처럼 친구들과의 삼삼오오 환호속에 어울리는 뮤지션이 있는 반면 잘 다듬어진 레코딩을 조용히 귀기울여 들을 때 정말 진가를 발휘하는 뮤지션도 있기 때문입니다. 

오늘 음반가게에서 소개해 드릴 '니르 펠더(Nir Felder)'의 2014년 데뷔앨범 '골든 에이지(Golden Age)'가 저에게는 이러한 음악 중 하나입니다. 남들과 함께 이 음반을 듣고 라이브에서 이 뮤지션의 모습을 보고 싶은 것보다 혼자 오롯이 그가 만든 정제된 레코딩에 집중하고 싶은 음반이지요. 그럴 때 비로소 이 뮤지션이 펼쳐 놓는 수많은 이야기들이 제대로 마음까지 전달이 되는 듯하거든요. 

'니르 펠더'는 뉴욕을 중심으로 활발하게 활동하는 촉망받는 신예 기타리스트이자 작곡가입니다. 그의 음악 근본이 재즈에 바탕을 두고 있기 때문에 재즈 기타리스트라고 사람들은 얘기하지만, 재즈라는 장르로 그의 음악을 묶어 두기에는 매우 자유롭고 다채롭습니다. 특히 이 데뷔 앨범의 첫 번째 트랙인 'Lights'는 언제 들어도 질리지 않는 제가 손꼽는 넘버입니다. 얼터너티브 록 그룹 '스매싱 펌킨스'의 힛트곡 '1979'가 연상 될만큼 격렬하지만, 산책을 하는 발걸음처럼 여유로운 록 리듬은 정말 신선합니다. 

'땡큐 베리 머치!'라는 내레이션과 함께 시작하는 이 노래는 추상화처럼 흘어지는 내레이션과 니르 펠더의 몽롱한 기타톤이 더해져 조용한 사색의 시간을 만들어 주지요. 기타로 연주하는 재즈 음악이 이럴 수도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며 기존의 고정관념을 정말 무색하게 만들어 버리기까지 합니다. 이어지는 두 번째 트랙 'Bandits' 역시도 록과 재즈를 넘나들며 니르 펠더의 서정적인 자유로움을 만끽하기에 더할 나위 없는 곡인데요.  

이번 주 그의 음악과 함께 오롯이 음악에 귀기울이는 시간을 즐겨보는 것은 어떨까요. www.pudditorium.com  
 
김정범  
 
뮤지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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