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10.30 부산일보] [푸디토리움의 음반가게] 신해철(아직 끝나지 않은 우리의 이야기)

  • 날짜
    2014-10-30 15: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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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http://news20.busan.com/controller/newsController.jsp?newsId=20141030000002
▲ 故 신해철의 음악적 역량을 확인할 수 있는 넥스트의 음반. 김정범 제공
음악을 만드는 사람들에게 가장 고비는 두려움이라는 존재가 아닌가 합니다. 그 두려움의 대상은 때마다 그리고 시기마다 차이가 있을 텐데요. 지금 만드는 음악에 대한 세상 사람들의 평가일 수도 있고요. 이전 자신의 작품을 넘어서고 싶은 창작의 열정으로 인해 소외되는 자신의 가족과 친구일 수도 있습니다. 또 자신의 한계에 대한 끊임없는 질문과 자책이 될 수도 있겠지요.
그 대상이 무엇이든 간에 앞으로 나아가도 된다고 되새김질할 수 있는 이유는 온 힘을 다해 작품을 만드는 순간만큼은 그 아티스트를 신이 지켜줄 거라는 믿음 때문입니다. 이 근거 없는 지극히 개인적인 믿음은 그러나 이번 주 신해철 선배의 비보로 깨지고 말았습니다.
틀 깨고 진보하는 음악 추구 목소리 낼 때 거침없이 당당
드라마 '마지막 승부'와 '우리들의 천국'이 인기를 얻고, 많은 학생들이 이 드라마를 통해 대학진학을 꿈꾸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한창 모교 출신의 스타 선배와 축제에 열광했던 대학가의 분위기와 달리 제가 다니던 학교는 참 조용한 편이었는데요. 다른 학교 새내기들 친구들과 모여 "너네는 독후감 쓰느라 바쁘지? 이번 축제에는 학교 출신 유명한 사람들 안 와?"라는 핀잔에 "우리 학교는 신해철 있거든!" 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던 친구들의 기억이 있습니다.
우리에게 그는 유명한 연예인이자 학창시절을 바쳐 진학한 대학의 유일무이한 맏형이고 대장이었습니다. 그의 팬이었냐 아니었냐를 떠나 그와 함께했던 기억과 시간이 존재할 거예요. 그것이 많은 분들이 마치 삶의 한 페이지가 뜯겨나간 것 같은 깊은 상실을 공감하는 이유일테지요.
대학 시절을 보내고 어른이 된 지금 저는 이제 대학 후배가 아닌 음악의 후배로서 더욱 안타깝고 무거운 마음이 드는 것이 사실입니다. 우리 대중가요는 오랫동안 음악의 가사와 내용 그리고 얼마큼 그것이 사회를 반영하는가 등의 가치에 편향되어 왔습니다. 그러나 이것을 넘어 음악 자체의 형식과 틀을 깨고 진보하는 대중음악, 아티스트로서의 가치를 보여준 장본인이 바로 신해철 선배였거든요. 그리고 항상 이 선두 지점에는 그가 골목대장처럼 악동같은 미소로 서 있었습니다.
왼쪽과 오른쪽 그리고 가진자와 못가진자로 우리가 사는 곳을 이분법적으로 나눌 때에도 그는 음악가가 어떻게 자신의 목소리를 내야 하는가에 대해 소위 가장 폼나는 방법을 보여주었습니다. 천박하고 거창한 이슈가 아닌 우리의 삶에 가장 가깝게 뿌리를 둔 그의 다양한 사회적 이야기들은 그래서 야하고 농담 같고 때로는 실없는 수다 같지만 누구보다 깊이 공감할 수 있었던 이유일 거예요.
어제는 제가 진행하는 심야 라디오 프로그램을 신해철 선배 추모 특집 편으로 녹음을 했네요. 그에 대한 라디오 방송을 만들고 오늘 그에 대한 글을 쓰고 있음에도 이 먹먹한 마음은 좀처럼 가시지가 않습니다. 오늘 음반가게에서는 그가 이끌었던 대중음악 역사상 가장 빛나는 밴드 넥스트의 앨범 'The Return of N·EX·T Part II The World'를 여러분들과 듣고 싶습니다.
"선배님. 계셨던 그 자리를 여전히 후배들이 지키고 있을거예요. 정말 고맙습니다. 그리고 보고 싶을 거예요."
www.pudditoriu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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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션 김정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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